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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떠나버려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한 번쯤 삶의 인생역전을 꿈꾼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절망이라는 늪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렇게 거창한 소원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많은 일상에서의 탈출을
희망한다. 이기적인 애인에게서, 사고로 인한 고통 속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에서 등등. 만약 우리 스스로에게 자신의 인생을 리셋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면 어떨까. 단, 버튼을 눌렀을 경우 그 이전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 당신에겐 그 버튼을 누를 용기가 있는가.
만약 당신이 버튼을 눌렀다면 이 소설의
이야기는 바로 당신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삶을 과감하게 내던지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소설이다.
프랑스의 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 남녀를 통해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역전시킬 수 있는지 그 희망과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화재를 진압하고 불길 속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는 소방대원 로미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재 경보가 울리고 그의 팀은 화재가 발생한 지역으로 출동한다. 그의 역할은 사다리차를
이용하여 화재가 발생한 건물로 침투 후 인명 구조를 하는 것이다. 다른 대원이 불길을 진압하는 사이 사다리차를 타고 건물 내로 진입하는 순간
가스 폭발로 인해 9층 높이에서 추락하고 만다. 그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간다. 올해로 35살의 줄리에트는 병원에서 회복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오랫동안 사귀었던 애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희망한다. 결혼을 하고 그들의 소중한 아이를 낳기를
바란다. 그러나 불임 판정으로 아이를 갖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애인은 날이 갈수록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으며 그녀를 혼란스럽게 한다.
소설 속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들의 인연은 운명이었던 걸까. 한 명은 환자로 한 명은 간호사로 그렇게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점점 마음이 끌리게
된다. 서로를 의지하게 되고 용기와 위안을 주는 존재가 되어간다. 그렇게 인연은 계속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줄리에트의 애인 로랑에 의해 그
기대는 무참히 깨져버리게 되고 급기야 어렵게 임신에 성공한 줄리에트는 로랑에 의한 성폭력이 원인이 되어 아이마저 잃게 된다. 과거 로미오가
병원에 있을 때 힘이 되어준 것처럼 이제는 그가 줄리에트를 위해 나서야 할 때가 온 것일까. 로미오는 다시 한번 운명의 힘에 이끌려 줄리에트를
찾아 나선다. 우연히 서로의 삶의 끝자락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과연 지금의 아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을 읽는 동안 안타까움과 희망을 동시에
본 듯하다. 로미오와 줄리에트, 바네사와 기욤, 마리루이즈와 장. 이렇게 세 커플이 각자의 자기 위치에서 어떻게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지 그
과정을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뻔한 결론이 예상되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정 묘사와 더불어 실타래처럼 엮인
그들의 인생길이 조금씩 열리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작가인 아녜스 르디그는 과거
조산사를 했었던 경험을 살려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특히, 그녀가 일하면서 만나온 많은 여성들이 적잖은 가정 폭력과 데이트 폭력 등에 무방비
상태로 처해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한 채 혼자서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소설 속 줄리에트라는 캐릭터는 이런 여성들의 모습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줄리에트는 그동안 행복이 착각했던 삶을 떠난 순간 비로소 자신이 진정 원했던 행복을 느낀다. 그런 그녀가 더 이상
자신을 폭력 속에 방치하지 않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여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었음이
역력하다.
행복이란 절대 수동적이 될 수 없다.
행복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닌 추구하는 것이며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발현되는 것이다. 지금 내 삶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하게 지금의 삶을 놓아버릴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용기 있는 자만이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 이 멋진 소설이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행복을 찾아 떠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