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붉은 노을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7월
평점 :
일본의 국민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 그는
<무지개 곶의
찻집>, <쓰가루 백 년 식당> 등
서정적인 한편의 드라마 같은 소설을 주로 써온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소설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적이 있다면 아마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그이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모리사와 아키오라는 이름은 아름답고 멋진 이야기를 하는 작가로 여겨왔다. 그런데 전작인 <푸른 하늘
맥주>에 이어 이번 작품인 <붉은 노을 맥주>는 작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던 걸까. 조금은 색다른 청춘 소설을
펴냈다.
<푸른 하늘 맥주>에 이은 청춘
소설 2탄 격인 <붉은 노을 맥주>는 그가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한편의 드라마로 펴낸 작품이다. 책의 표지만 보자면
작가를 따라 바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그 여행에 빠질 수 없는 시원한 맥주까지. 꿀꺽하고 침을 삼키게 만든다. 69년생인 작가의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20대 혈기 왕성한 청춘을 만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팔팔한 청춘 시절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일명 자아 찾기 여행. 가진 것은 열정이요, 남아도는 것은 청춘이라는 힘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방황도 많이
하는 시기가 바로 청춘인 것 같다. 이처럼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들은 무수히 많겠지만 작가는 그건 다 개뿔, 거짓말이라고 한마디로
일축한다. 여행의 목적은 바로 '그날그날의 쾌락'이라는 단순한 논리, 진리를 설파한다.
이 책은 현재 작가가 일본의 해안선을
하나로 잇는 여행을 하는 도중에 그날의 쾌락을 글로서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
않은 여행을 하면서 저 멀리 지평선으로 서서히 지는 노을을 안주 삼아 낚시하고 맥주 마시고, 낚시하고 맥주 마시고. 현재 그의 일상은 이게
전부다.
복잡할 것 없는 단순한 그의 하루하루
일과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기쁨은 의외로 단순하다. '여행의 목적은 그날의 쾌락'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하루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날의 쾌락을 즐기라는 것. 이제 한 여름 휴가철도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사계절의 기후 변화를 자랑하는 나라답게 계절의
변화가 차츰 다가오고 있다. 바다 여행을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언제든지 아무
때나 갈 수 있다는 것. 여행을 떠나는 시기에 늦음과 빠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내와 아이 그리고 나, 이렇게 세 가족이
된 이후 처음으로 함께 할 가족여행을 10월에 계획 중에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첫 여행이다 보니 설렘과 동시에 걱정스러움이 앞선다. 여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말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들뜨는 기분을 물리칠 수 없다. 작가의
말마따나 누가 머라 해도 여행의 목적은 역시 그날의 쾌락인 듯하다. 앞으로 작가의 여행기인 '~맥주'시리즈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궁금하고 사뭇
기다려진다. 다음엔 어떤 이야기로 어떤 즐거움을 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