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페르소나
이석용 지음 / 책밥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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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첫 번째 징표다. 이름을 통해 우리는 그 사람의 생김새와 성격, 특성 등 많은 것을 떠올 수 있다. 이름은 태어나는 순간 그 사람에게 주어지며 평생 그 사람을 상징하는 표식이 된다. 그렇기 때문일까. 어떤 면에선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신성한 의식과 같다. 그로 인해 평생토록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간다.

이름 때문에 고통받은 적이 있는가.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운 적이 있는가. 원치 않았지만 운명처럼 내게 주어진 이름으로 인해 온전해야 할 내 삶에 상처가 된 적이 있는가. <클럽 페르소나>는 그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아픈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페르소나. 이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가면'을 뜻하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에 의하면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서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고 표현했다. 소설에서는 역사적 인문들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페르소나라는 말을 차용했다. 즉,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현실세계에서 대변하여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다. '클럽 페르소나'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그들이 모이는 일종의 안식처이자 역사 속 인물로 회귀할 수 있는 곳이다.

6월 26일 일요일. 클럽 페르소나에서 살인사건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클럽의 수장 중 한 명이며 클럽 회원들의 정신적 지주인 교산 허균이다. 이곳 클럽은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된다. 역사 속 인물들과 이름이 같은 사람에게만 회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사회로부터 폐쇄되어 일부 회원들에게만 공개된 이곳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사연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사건 담당을 맡은 동대문 경찰서의 서효자 형사는 상부로부터 전해 듣고 사건 현장에 당도한다. 클럽의 외양에서 풍기는 음침함과 사건을 대하는 회원들의 태도에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한편, 클럽 페르소나는 현재 영화감독 나운규의 <아리랑>을 복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동명이인의 재미교포인 나운규의 지휘 아래 클럽 회원들의 참여로 영화 촬영은 막바지를 향해 간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클럽 페르소나에 얽힌 비밀이 표면으로 떠오른다. 그와 더불어 클럽의 수장인 허균과 안두희의 과거가 드러나고 그들을 둘러싼 살인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역사 속 인물들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소외되었던 이들에게 과연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었던 것일까.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살인 동기는 무엇일까.

<클럽 페르소나>를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하자면 '역사적 인물을 바탕으로 한 웰메이드 한국형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역사 속 인물들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신선하다. 감히 생각해보지 못한 새로운 소설이다.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를 저자의 건축학적 지식에 힘입어 클럽 페르소나라는 가상의 절묘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로 인해 소설의 짜임새가 탄탄해졌고 스토리 전개는 막힘 없이 매끄럽고 빠르게 전개된다. 읽기 시작하면 소설 속에 빠져들어 딴 곳에 정신 팔릴 여력조차 없다.

한 번쯤 이름으로 남모를 고통을 받은 적이 있다면 이 이야기에 더욱 공감할 듯하다. 하지만, 저자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상처, 아픔만은 아니다. 희망이다. 고통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이 소설 속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이 이를 증명한다.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후 가슴 찡한 아련함과 기쁨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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