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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미쳤다! - LG전자 해외 법인을 10년간 이끈 외국인 CEO의 생생한 증언
에리크 쉬르데주 지음, 권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서양인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따라서, 어떤 측면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면도 있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기업
문화가 그들에겐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기업 선호도를 조사해보면 대부분이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자 하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 기업의 자유분방함과 열린 기업 문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무려 10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회사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의례 당연한 것을 받아들인다.
또한, 그렇게 일을 해야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외국인들이 사업차 한국을 방문하여 가장 놀라는 점이 한국인들의 근무시간이라고
하니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180도 기업문화가 다른 곳에서
외국인이 10년 동안 일하면서 회사의 임원진까지 승진했다고 하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바로 LG 프랑스 법인에서
2003년부터 영업마케팅 책임자로 일을 하며 2006년에 상무, 2009년 프랑스 법인장을 역임했던 저자의 경력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잘
나가는 임원들이 하루아침에도 회사에서 잘릴 수 있는 한국 기업 문화 속에서 외국인으로서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가
10년 동안 일하면서 느낀 한국 대기업의 실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책에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저자가 한국 기업에서 일하면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점들을 솔직한 심정을 담고 있다.
외국인인 저자의 눈에 비친 한국 대기업의
모습은 성과만을 생각하는 회사였다. 같이 일하는 직장동료와 상사 간의 인간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오로지 일, 수치, 실적, 효율만을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집단이었다. 한 예로, 프랑스인인 저자가 기업의 임원중 한 명을 집으로 초대해 업무 수행에
대해 우호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맛있는 저녁식사와 함께 담소도 나누며 두 가족 간의 즐거운 시간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이날을 계기로 그 임원과
예전과는 다른게 가까워졌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위한 업무 회의가 진행되면서 그것은 자신의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임원은
누구보다 자신의 팀과 자신의 실적을 위해 저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격했던 것이다. 성과 앞에서는 어떤 자존심도 인간적인 관계도 소용없음을 잘
보여주는 한국 기업 문화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결코 한국 기업 문화에서 단점만을 경험했던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직원들의 업무 수행의 과정은 외국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효율적인 측면을 갖고 있었다. 이는 실제
저자가 LG 프랑스 법인 영업 마케팅 책임자로 일하면서 몸소 경험했던 일이다. 이전의 필립스, 소니, 도시바에서 20년간 근무해오면서 경험하지
못 했던 점이었다. 바로 이것은 한국 기업이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일본이나 다른 나라의 기업을 제치고 업계 1위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로 인해 이런 효율적인 측면이 부각되지 못한 채 오히려 악영향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경험한다.
이 책은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기업
문화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다. 우리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자국의 기업이기 때문에 자신의 밥줄이 달린 곳이기 때문에 어쩌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실을 외면한 채 말이다. 하루아침에 기업 문화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문제를 바로 알고 그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못된 기업 문화는 바뀔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한국 기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떤 기업 문화를 추구해야 할지 좋은 한국의 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조언이 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