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제자들 - 치명적 바이러스 속에 숨겨진 또하나의 바이러스

마법사의 제자들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0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바이러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흡사 광풍처럼 한반도를 휩쓸었던 바이러스 공포가 실제 있었던 일이었나 싶다. 이제는 그 무서운 공포에서 벗어난듯하지만 여전히 그 후폭풍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남아 있는 듯하다. 사실 이번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내가 느낀 공포는 바이러스에 의한 죽임도 물론 있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적 변화에서 오는 패닉 현상이었다. 바이러스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회적 혼란과 사람들의 극도의 불안, 공포는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어도 마치 걸린듯한 기분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바이러스의 진짜 무서움은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돌연변이. 과연 그들은 영화나 만화와 같은 상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할까. ​얄팍한 지식으로 내가 알고 있는 돌연변이는 그저 영화 <엑스맨>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뿐이다. 많은 돌연변이 영화들이 있지만 그들이 어떻게 해서 돌연변이가 되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그래야 그들이 진정 돌연변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초능력. 돌연변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이상하게 어감부터 멋져 보이고 근사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초능력도 돌연변이에 일종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반적인으로 당신과 나처럼 노멀하지 않은 능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 돌연변이라고 정의한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능력이라 함은 영웅시되는 면이 강한 듯하다.

바이러스, 돌연변이. 초능력. 이 세 가지의 소재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 바로 일본 추리/스릴러 소설계의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인 이노우에 유메히토의 <마법사의 제자들>이다. 얼핏 소설의 제목만 봐서는 해리 포터와 호그와트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르다. 단순히 추리소설 또는 스릴러 소설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여러 장르가 한데 뒤섞인 소설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듯하다. 그만큼 이 소설에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소설은 신종 바이러스에 의해 살아남은 세 명의 생존자가 자신도 모르는 새 알 수 없는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주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 초능력을 갖게 된 생존자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로 인한 점점 심각해지는 사회적 갈등과 문제점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소설 속 모습을 현실에 비춰보게 만든다고 할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완전히 새로운 소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구성하는 핵심 키워드를 짜임새 있게 잘 버무렸다. 하지만, 중간중간 지루함을 떨쳐버리기엔 내용을 전개해가는 임팩트가 조금은 부족한 듯해 보인다. 소설에서 보여주는 디테일이 오히려 속도감 있는 내용의 전개를 방해하는 듯한 인상을 지을 수가 없었다. 2~3시간 안에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스펙터클한 영화의 전개 방식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전을 거듭하면서 거대해진 이야기의 결말은 과연 어떡할까'하는 궁금증은 유발했지만 그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결해주지는 못한 것은 아닐까. 재미있긴 한데 조금 모자란듯한 먼가 더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야 될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