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 #남미 #라틴아메리카 #직장때려친 #30대부부 #배낭여행
정다운 글, 박두산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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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멀까. 힘든 일상을 벗어나 잠시 쉬고 싶어서? 낯선 곳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자유를 위해? 삶의 재충전을 위해? 자아를 찾아서? 그것도 아니면 그저 단순히 놀고 싶어서?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불행하게도 여행 갈 시간이 없다. 사실 '~할 시간이 없다'라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시간은 주어지는 것이 아닌 만드는 거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고도는 일상에 젖어 여행 계획은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만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한다. 회사에 사표를 내던지고 그동안 실행에 옮기지 못 했던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정말 그렇게 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모르겠다. 정작 나 자신도 그 많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보니 의례 다른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지도 말이다. 지금껏 이뤄왔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듯하다. 좋아하는 여행을 떠나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니 아이러니 한 일이다. 그저 헛 웃음만 나온다.

여행을 위해 일을 시작했고 돈을 벌었다. 그리고 결혼까지 했다. '진짜 그런 사람이 있어?'하고 곧바로 되묻는 게 된다. 그런데 정말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단'과 '두'다. 그들은 말 그대로 여행을 위해 만난 인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서로 각자 20대와 30대를 보낸 두 사람이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건 운명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멋진 청춘 남녀다. 부럽다.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라 했거늘, 그럼에도 부럽다. 헌데 이상하게 감사하다.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멋진 여행 책을 통해 부러운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게 되어서.

남미.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다. 한 번도 가보 적도 없고 본적도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남미'하고 불리는 그 소리가 좋다. 왠지 모르게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보여줄 것만 같은 그런 곳이다. 여행하고 싶은 곳에 대한 상상은 왜 대체로 잘 들어맞는 것일까.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신이 내 소망대로 그곳을 빚어놓은 것일까.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대한민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머나먼 그곳은 환상의 세계처럼 다가온다.

'단두' 부부는 과테말라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까지 장장 6개월에 걸쳐 남미를 여행한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할지라도 그저 상상하는 것과 그곳에 발을 내딛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마냥 좋을 것만 같은 여행이 때론 모든 걸 포기하고 편안한 집으로 돌아오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행의 묘미는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단과 두는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의 발이 닫는 곳을 카메라에 담는 두, 사진과 함께 그곳의 느낌을 글로 남기는 두. 두 사람은 역시 멋진 파트너다.

체 게바라가 여전히 살아있는 도시 쿠바. 헤밍웨이가 위대한 문학작품을 남겼던 그곳. 이 두 가지 의미만으로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다. 마치 위대한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렇지만 단단히 결심하고 가야 될 것만 같다. 현실 속의 쿠바는 마치 이 세계와 고립되어 있는 오지와 같은 느낌도 받았기에 말이다. 하루도 인터넷 환경에서 벗어나 살아본 적 없고 깨끗한 곳에서만 생활해온 내가 과연 그곳에서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를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눈과 심장을 한순간에 사로잡은 단 하나의 사진은 바로 볼리비아 우유니의 소금 호수다. 해가 뜰 때와 해지 질 무렵의 호수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것은 마치 순수 그 자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숭고하다. 죽기 전에 반드시 이곳에 가보리라 결심을 하게 만든다. 단과 두 또한 이곳에서 원래 계획했던 2-3일 일정을 망각한 채 일주일 동안 머무르며 아침, 저녁으로 호수로 달려갔다고 하니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여행이란 그 이후의 삶을 걱정하게 마련이다. 다시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다가옴에 따라 내 모든 것은 현실의 감각을 되찾아 간다. 때론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기도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기도 한다. 나름 포함해 앞날이 걱정되어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외치고 싶다. 이제 그런 걱정은 그만 좀 하라고. 더 이상 망설이지 말라고. 한 번뿐인 인생 원하는 데로 해보자고. 가슴 언저리가 뜨끔해져온다. 여태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싶다. 다행인 것은 아직 늦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용기를 내어 도전해 봐야겠다. 기다려라, 쿠바야! 기다려라, 볼리비아야! 기다려라, 남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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