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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트의 고백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누구나 가슴속 깊은 곳에 선과 악을
갖고서 태어난다. 그것이 어떻게 발현되느냐의 문제는 인간의 처한 환경에 의해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태어난 후 일정 시기 동안 또 다른 인간에 의해 길러진다. 우리는 그들을 부모라 부른다. 한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되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존재가 바로 부모다. 그렇기에 어떤 부모에 의해 길러지는지에 따라 아이의 인성이 달라진다. 그 아이가
선한 사람이 될 수도 악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배경이 된다. 뉴스를 통해 간혹 접하게 되는 범죄 행위를
보면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범죄자들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환경이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소외되거나 부모의 가혹
행위로 인해 그릇된 인격이 형성되며 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심각한 범죄 행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너는 모른다>를 통해 처음
알게 된 프랑스의 심리 스릴러의 대가 카린 지에벨. 그녀가 이번엔 더 강력한 소설을 내놓았다. 바로 사이코패스 이야기다. 지금껏 이 소설만큼
제대로 된 사이코패스 이야기를 만나보지 못한 듯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다른 여타 소설 속 주인공들과 다르다. 소설 속에 추악한
범죄자가 등장한다면 당연히 이를 처단하거나 범죄 행위를 막으려는 선한 사람이 등장한다. 하지만, 카린 지에벨은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소설을
이끌어 나간다. 악당과 악당의 대결이다. 극단으로 치닫는다. 무장강도와 사이코패스의 대결이 그렇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그래서일까. 서로 대립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존재다.
라파엘이 이끄는 4인조 무장강도
일당은 최후의 한탕으로 귀금속 매장을 털기로 결심하고 결행하기에 이른다. 그 무리엔 강도 경험이 전무한 라파엘의 동생 윌리엄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귀금속 매장에서 3천만 유로 가치가 있는 보석을 탈취하는데 성공하지만 곧이어 경찰들의 출동으로 혼비백산한다. 곧이어 출동한 경찰과의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라파엘의 동생 윌리엄이 총상을 입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시골의 한적한 마을까지 도주한 그들은 마을의 한 동물병원
수의사를 협박해 윌리엄의 총상을 치료하기에 이른다. 라파엘은 동생의 부상이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 수의사의 집에 머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수의사인 상드라는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파트릭의 아내였다. 라파엘 일당은 그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안도하지만 곧이어 파트릭이 집에
돌아오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라파엘 일당은 파트릭에게 잡혀온 10대 소녀들과 같이 파트릭에 의해 오히려 인질이 되고 만다. 자신도 똑같이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로부터 10대 소녀들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라파엘이다. 한편, 연쇄 살인마의 아내이자 조력자인 그의
아내 상드라는 사실 파트릭의 아내가 아니었다. 그들은 삼촌과 조카 사이였다.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와 성폭력으로 인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파트릭은 이후 지금과 같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부모로부터 버려진 상드라는 삼촌 파트릭의 손에 자라면서 온갖 성폭력으로
당한다. 그러면서 스톡홀름증후군이 되어버린 그녀다. 무장강도에서 이제는 10대 소녀들의 보호자로 나선 라파엘과 삼촌의 오랜 성폭력을 당해온
상드라. 과연 이들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파트릭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카린 지에벨. 그녀는 단연코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니, 전 세계를 대표하는 심리 스릴러의 대가다. 한순간도 긴장의 끊을 놓을 수가 없다. 추악한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렇게
몰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그녀 만의 스킬이다. 과연 누가 그녀를 대신할 수 있을까. 인상 좋아 보이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어떻게 이렇게
치밀하고 잔인한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전작인 <너는 모른다>를 통해서 독특하고 세련된 심리
스릴러를 만났다면 이번엔 역대급 사이코패스 스릴러를 만났다. 전반적으로 소설을 덮고 있는 우울한 기운 속에서도 정작 그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는 듯하다. 그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쩌면 소설 속 주인공들을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온갖 부조리와 모순이 판을 치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말이다. 어쩌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무관심과 배척이 아닌 따뜻하게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사랑이라고 말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