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내가 있다 - 세상에 내 편인 오직 한 사람, 마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 남편의 미련한 고백
전윤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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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내가 있다'라는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기혼인 남자에게 아내가 있는 건 당연한 건데 왜 아내가 있다고 표현했을까'하는 점이었다. <접시꽃 당신>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남편들과 아내들의 마음을 울렸던 시인 전윤호가 그동안 자신이 발표했던 시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 총 53편의 시와 함께 남편인 저자의 솔직 담백한 얘기를 하고 있다. 저자의 시들을 읊고 있으면 시라기보다는 아내에게 부치는 편지를 읽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연애편지. 하긴 사랑하는 사람이 쓰는 연애편지가 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만은.

사랑의 단계에는 크게 3단계가 존재하는 것 같다. 설렘과 풋풋함이 살아있는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 사랑의 농도가 조금 묽어지면서 온갖 삶의 애환이 깃들어지며 사랑이 무르익어 가는 단계 그리고 생애 마지막까지 함께 하기를 바라며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영원불멸의 단계. 시인 전윤호가 노래하는 사랑은 두 번째 단계다. 그는 긴 세월을 함께 하며 웃고 울며 보냈던 부부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무르익어가는 사랑을 노래한다.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서 보다 마지막을 함께 하기를 바라는 노부부에게서 보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 부부인 남편과 아내들에게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의 마음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나 또한 전윤호 시인처럼 남편이기 때문인가 보다. 시로 사랑고백을 하는 남편이라 당사자는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참 멋있는 남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편지를 썼던 적이 있었던가. 연애를 할 때는 교환일기를 쓰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결혼을 하면 왜 이렇게 달라지는 건지 모를 일이다. 사랑이 무르익어 간다고 표현을 했지만 남편과 아내의 사랑 또한 진행형이다. 사랑이란 변할 수는 있어도 멈추는 법은 없다. '사랑이란 이별함으로써 완성된다' 시인 전윤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고 한다. 설렘 가득한 사랑에서 애정이 깃들어진 사랑으로 그리고 영원한 이별을 통해 서로가 만나 꽃피운 사랑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나에겐 아내가 있다'라는 말은 불완전하다. 생략된 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덧붙임으로써 이렇게 완전한 문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겐 아내가 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 세상 모든 남편들에게 아내란 바로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때론 친구가 되고 때론 어머니가 되었다고 ​때론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그런 존재. 나는 아내에게 그런 존재일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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