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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그 사람을
죽을 수 있는 완전범죄와 같은 시나리오도 있다.
만약 여러분이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누구라도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망설이지 않을까 싶다. 세상 살아가면서 정말 미치도록 미운 사람이 없었던 적이 있었다면 손 한번
들어보시라. 없다. 없는 게 정상이다. 이상하게도 우리들 주위에는 남을 괴롭히지 못 해서 안 날 난 것처럼 구는 사람들이 꼭 있다. 없다면 그건
비정상이다. 대체 왜 그런 건지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사람들 때문에 그 사람을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꾹 참고 견뎌낸다. 마치 자신이 잘못한 것 마냥. 때론 바보처럼 착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인간은 혼자서는 절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서 그런 걸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며 살아간다. 인생의 4분의 1을 혼자서 살아오다가 한순간 사랑이라는 감정에 휘말려 나머지
인생을 같이 하려고 결심한다. 여기까지는 너무나 좋다. 내 인생의 봄날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따뜻한 봄날은 아닌 듯하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듯 그렇게 뜨거웠던 사랑도 점점 식어가고 사랑했던 내 사람을 괄시하고 무시하고 업신여기고 심지어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하는 지옥이 되기도
한다.
폭력. 강한 자가 약한 자를 향해 휘두르는
강제적인 힘. 뉴스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심심치 않게 가정 폭력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된다. 몇십 년을 가정폭력 속에서 살아온 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기사를 볼 때면 그처럼 안타까운 일도 없다. 왜 그렇게 되어야만 했을까. 아무도 그들을 도와줄 수 없었을까. 만약 그들에게 앞서 얘기했던
완전범죄의 시나리오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지금까지의 잘못된 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가 될까. 아니면, 가정
폭력마저도 자신의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순응해 버리게 될까.
<공중그네>에서 유머와 해학으로
날카로운 지적 깨달음을 던져주었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완전범죄 시나리오'를 들고 왔다.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받아오던 두 명의 여자 나오미와 가나코는 그녀들의 남편을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해 옮긴다. 이제 그녀들은 자유다. 이
세상에서 자신들을 억압하는 남편이라는 존재가 사라졌다. 나오미와 가나코, 그녀들이 남편을 살해함으로 인해 얻고자 했던 것을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잃어버렸던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현재의 내 모습이 소설 속 두 여인의 삶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틀이라는 우리에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사회라는 틀, 가족이라는 틀, 친구라는 틀, 회사라는 틀 등등. 온갖 틀안에서 나름의 자유와 의무 그리고 책임을 다하며 살아간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를 감싸고 있는 여러 가지의 틀들이 나를 내가 아닌 누군가로 만들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처럼 지금까지 나를 이루고 있었던 모든 틀을 깨고 진짜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