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여행
미우라 시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현실에 절망하고 좌절을 경험한다. 그 순간 사람들은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이기 된다. 지금의 현실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극복하느냐 아니면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포기하느냐. 죽음이란 양면의 칼날과 같다. 끝을 나타냄과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죽음의 문턱에 다다라서 새롭게 살아야 할 이유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듯한 책 표지가 인상적인 미우라 시온의 <천국 여행>은 제각기 사연을 갖고 있는 죽음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낯설게 느껴지지 않으며 부정적이거나 음습한 기분이 든다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삶을 느끼고 희망을 느끼고 깜깜한 어둠을 지나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들의 향연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듯하다.

가족과 회사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중년의 가장이 자살하기 위해 찾은 나무의 바다. 그곳에 만난 낯선 청년과 우연찮게 같이 자살하기 위해 가장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한 자살여행을 하게 된다. 그러는 중에 서로 숨겨두었던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고 어느새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결심을 하게 되고 청년이 준비한 수면제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잠든다. 하지만, 그 다음날 두통을 동반한 숙취와 함께 일어나게 되는 그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자신과 함께 했던 청년이 자신을 살리기 위해 나무의 바다에서 길 잃은 자신을 이끌었다는 것을. 자신이 새롭게 살아가기를 바랐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미우라 시온의 <천국 여행>에는 총 7편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단편들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 가장 공감을 했던 이야기는 중년 가장의 외로운 자살 이야기를 <나무의 바다>편이다. 동병상련이란 이런 것일까. 나 또한 아내와 아이를 둔 가장이기에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이야기로 다가온 듯하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단편 속 주인공과 같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쯤은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그 나이쯤 되었을 때의 삶의 모습을 어떠할까 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좌절이든 희망이든 그 무엇을 떠나서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삶이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일 때 진정 자신이 나아갈 길을 알 수 있다. 미우라 시온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죽음 자체를 미화하지는 않는다. 또한, 삶 또한 그렇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마치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이야기하듯이. 담담하게. 그래서일까. 그녀의 글은 공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희망을 느끼게 해준다. 그녀의 글처럼 그저 담담하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