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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클래식 보물창고 35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아영 옮김 / 보물창고 / 2015년 5월
평점 :
우리 인간의 삶은 진실과 거짓을 점철된
삶을 살아간다. 현대사회 속 우리들의 모습은 개인화가 가속화되고 자기중심적인 가치관과 생활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하는 사회적인 동물임과 동시에 나 홀로의 삶을 추구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뒤로 감추고 가면을 쓴 채
거짓된 자아를 세상에 드러낸다. 그 속에서 인간에 대한 불신과 공포는 날로 늘어난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오사무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인 <인간 실격>은 저자인 다자이 오사무가 내연녀와 함께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으로 더 유명하다. 흔히
사소설이 불리는 그간의 작품들과는 달리 <인간 실격>은 처음으로 남을 위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쓴 정신적 자서전이라는 평을
받아온 작품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요조의 삶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오사무 개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비슷하다. 이것이 바로 그의 자전적 요소가 짙게 반영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인간 실격>은 내가 처음으로
접하게 된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이었다. 인간 실격이라는 말 자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 자체를 부인하려고 하는 듯한
이 말은 실로 무섭다. 섬뜩하다. 한편 '왜 그래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우리의 삶은 모두에게 동일한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느끼는 신뢰와 불신과 공포도 각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저자가 <인간 실격>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상은 결고
한쪽으로 치우쳐진 모습은 아닌 듯하다. 불신과 공포로 점철된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실로 추구하고자 했던 인간에 대한 신뢰와 긍정의 모습이
어려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어쩌면 이 책은
조금은 우울한 한 인간의 이야기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고 오사무 문학의 결정체로 여기는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들의
모습이 소설 속에 투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을 통한 오사무의 독백은 곧 읽는 독자들의 독백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류의
기원이 시작된 이래로 끊임없이 계속되어 온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에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안겨준다. 시간이 흘러 40대, 50대가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