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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철학하다 -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에드윈 헤스코트 지음, 박근재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있는 이
집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지나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추억을 이 집과
함께 한 듯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말이다. 처음의 낯설었던 느낌은 어느새 익숙하고 친숙한 느낌으로 변한지
오래다. 그것은 단지 집뿐만 아니라 집을 둘러싼 주변 환경까지도 그렇게 만든다. 그렇다. 집이란 우리를 낯섦에서 친숙함으로 이끌어주는 동시에
많은 추억거리를 제공하는 우리의 삶의 한 부분이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목적을 갖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내 집 마련'이라는 원대한 목표이자 삶의 목표다. 우리는 왜 그렇게 '내
집'이라는 것에 집착을 하는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 듯하다. 바로 집이 주는 편안함, 안락함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런 말이 있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 '내 집이 가장 편하다'. 옛 어른들이 하시는 이런 말씀들이 곧 그 이유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우리에겐 집이란 인생의 동반자로서의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집을 추억한다는 것은 삶을 추억한다는 것이요. 집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지나온 내 삶을 그리워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에드윈 헤스코트는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다. 누구보다 집에 대한 철학과 꿈을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공간적으로 시각적으로 집에 내면과 외면을
특별한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일까. 집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에 하나의 생명을 부과하여 그것들의 삶의 모양을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이 그간의 우리네 인생을 이야기하는 철학서들보다 더 깊은 인생을 통찰을 이야기하는 철학서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창문을
시작으로 책, 식당, 부엌, 침실, 옷장, 욕실, 서재, 베란다, 거실, 문, 지붕, 울타리, 거울, 바닥, 벽, 천장에 이르러 그것들의 의미와
역사를 유명 화가의 그림과 히치콕의 영화, 도스토옙스키와 같은 문학 거장들의 소설에 빗대어 때로는 흥미롭게 때로는 잔잔하게
묘사한다.

책을 읽는 동안 생긴 버릇 아닌 버릇은
바로 내 집을 둘러보게 된 것이다. 창문을 읽을 때는 내 집 창문을, 부엌을 읽을 때는 내 집 부엌을, 거실을 읽을 때는 내 집 거실을 바라보며
내 집의 그것들은 내게 무슨 의미를 갖고 있고 앞으로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잠시 잠깐 생각에 잠기곤 했다. 아이 장난감으로 어질러진 거실,
쌓여있는 설거지, 깨끗하게 널려있는 빨래들.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내 집을 일부인 이것들에게서 내 삶을 느낀다.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나아가게 한다. 집을 철학 하다... 이것은 곧 나를, 내 삶을 철학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잠시 마나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깊은 책이 된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