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에 관하여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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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입니다. 어제 새벽 4시경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던 연예인 A 씨가 경찰의 음주단속에 붙잡혔습니다. 검문 당시 A 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07%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면허 취소에 해당됩니다. 연예인 A 씨는 P 방송에서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에서 주연배우로 열연하며 인기를 얻어오던 터였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A 씨의 연애 활동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상 사건 현장에서  OOO 뉴스 나 기자였습니다."

종종 TV에서 보던 연애 뉴스를 가상으로 만들어본 것인데 이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그 사람을 말할 때 보통 'A 씨'라고 표현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 세상 모두, 불특정 다수를 일컫는 말이 되기도 한다. 나 자신이면서 내가 아닌 그 누구를 가리키는 말. 소설 속에 등장하는 'A 씨'도 그런 존재이다. 


이 소설은 내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면서 동시에 내가 아닌 너의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의 세계를 지니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자아를 찾아가는지 그 과정을 여전히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듯한 소녀 작가의 필체로 그려지고 있다. 


이 소설은 단 8일 만에 탈고가 된 작품이다. 그것도 16세라는 아직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어린 소녀 작가에 의해서다. 단연 문학계에 이슈로 떠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겠다. 그래서일까. 문학을 사랑하고 책 읽기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읽게 되었다.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일러스트에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내면의 상처를 갖고 있는 각각의 주인공들을 가리키고 있다. 소설을 읽기 전에는 무심코 넘겨버렸던 것이었는데 뒤늦게 깨닫고선 '아~'하는 탄식을 쏟아냈다. 별 의미 없어 보였던 책의 표지가 새삼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 거리에는 영생의 삶을 사는 A 씨라는 사람이 살고 있다. 그는 이 거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그들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마치 슈퍼맨처럼 나타나 해결해 주곤 하는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오로지 자신에게만 보이는 여섯 존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여고생 김한, 사고로 부모를 잃고 언젠가부터 자신의 방이 물에 잠기며 물을 내뿜는 고래를 만나면서 현재로부터 과거로 기억이 되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이면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삶을 살고 있는 여자 수현과 그를 옆에서 돌보는 남자 이안 그리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 잠에서 깬 후 문득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기차표를 발견 한 후 기차를 타기 위해 가는 도중 계속해서 바뀌는 사계절의 이상 현상을 경험하는 서진. 비정상적인 상처 많은 그들의 삶이 A 씨를 만나면서 스스로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자아를 찾아가면서 상처를 치유하게 되고 남들과 똑같은 정상적인 새 삶을 살게 된다. 똑같은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네 사람은 A를 만나기 위해서 그의 자취를 따라갈 결심을 하게 된다. 과연 그들이 만났던 A 씨는 누구이며 동일인물일까.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마치 한편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각각의 이야기에서 조금씩 얽히고설키면서 만나게 되고 결국 마지막에는 하나의 이야기로 만나게 되는 잘 만들어진 소설이다. 이게 정말 16살 소녀의 작품이란 말인가. 놀랍다는 말밖에 달리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 반갑다. 우리나라 문학계에 이런 엄청난 인재가 나타났다는 점이 독자로써 기쁘기 그지없다. 그녀가 만들어낸 짧지만 강렬한 따뜻함을 간직한 이 멋진 이야기의 다음 이야기가 아니 기다려질 수가 없다. 소설 말미에 작가의 인터뷰 기사가 짤막하게 실려있다. 풋풋하다. 산뜻하다. 영락없는 고등학교 1학년 여고생이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깊다. 소녀의 발랄함과 작가의 깊이를 고루 갖추고 있는 그녀가 작가로서의 삶이 궁금해지고 기대된다. 조용히 지켜보고 싶어진다. 너무 많은 관심과 기대는 천재를 피곤하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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