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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황숙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1월
평점 :
아메리칸드림은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전히 이 땅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꾸는 '드림'이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이민을 택하는 사람들, 조국에서 실패한 인생을 뒤로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이민을 택한 사람들, 그들에겐 아메리칸드림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재의 아메리칸드림은 거품이 사라진 허상과 같다. 과거 '기회'의 땅에서 이제는 '좌절'의 땅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로 찾아온 미국의 경제공황은 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의 삶을 좌절과 실패로 바꾸어 놓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미국 내 코리아타운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의 삶을 본인도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는 작가가 현실감 있게 소설적 허구를 곁들여 써 내려간 삶의 이야기다. 자신이 태어난 조국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내 삶의 터전을 옮기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좇아 간 것이든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떠난 것이든 말이다. 그동안 내가 이뤄온 모든 것을 버리고, 내려놓고 처음부터 '제로'인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내 삶의 두 배의 길을 내달려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민자들의 모습을 우리 주위에서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제 우리나라도 여러 민족이 살고 있는 미국과 다르지 않게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이곳 대한민국이 바로 '코리안 드림'이다. 우리가 미국으로 꿈을 찾아 새 삶을 찾아 조국을 떠나갔듯이 그들도 이곳으로 그렇게 흘러들어 왔다. 그들의 모습 속에 미국 내 이민자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러기 아빠, 엄마, 유학생, 불법체류자 등등. 아메리칸드림, 코리안 드림을 찾아온 이들은 그들이 두발을 내리밟고 있는 그곳에서는 이민자, 소수자일 뿐이다.
단편 <미국인 거지>를 읽으면서 떠오른 기억이 하나 있다. 20대 초반 시절, 우연히 나에게 구걸을 하는 실제 '미국인 거지'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당시엔 너무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모두 잘 살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짧은 내 생각엔 그랬다. 헌데, 구걸을 하는 미국인 거지라니. 그것도 한국에서 한국말로 구걸을 하는. 소설을 읽으면서 어쩌면 그때 그 미국인은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떠나간 한국 이민자들과 비슷한 경우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고향을 버리고 멀리 낯선 이곳까지 오기로 결심을 했을 때만도 자신의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민자들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한다. 비단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떠나간 한국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관심 밖의 사람이 되어버린다. 나 자신조차도 살기 힘든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더더욱. 이민자의 삶을 살아온 작가이기에 누구보다 이민자들, 소수자들의 삶에 공감을 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래의 내가 그들과 같은 이민자, 소수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래서일까. 새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소수자들이라 불리는 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