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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덕수궁 ㅣ 인문여행 시리즈 10
이향우 글.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덕수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도 가수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가 아닐까 싶다. 노래를 들으며 연인과 함께 눈 덮인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눈덮인 덕수궁 돌담길만큼 덕수궁이 지닌 역사적 의미도 알고 있을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본다면 덕수궁의 숨겨진 이야기에 매료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로 15년째 '한국의 재발견' 궁궐 지킴이 활동하고 있는 저자와 함께 덕수궁으로 대한제국 근대 역사의 세계로 힐링 여행을 떠나 보자.

덕수궁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조선왕조 500년의 마지막 궁궐이다. 또한, 대한제국 역사관으로서 그 의미를 지닌다.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19세기 대한제국의 모습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생생한 역사 공부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1895년 경복궁에서 조선의 국모인 명성황후가 일본에 의해 시해당하는 을미사변이 일어났다. 그 후 고정과 세자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어가를 옮긴다. 역사는 이를 아관파천이라 부른다. 그 후 고종은 그 당시의 정치적 국면을 타계하기 위한 포석으로 경운궁(대한제국 당시 덕수궁의 원래 이름)을 중건을 지시한다. 이로부터 경운궁이 왕이 임어하는 궁궐로서 한국 근대사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환구단은 고종이 1897년 경운궁으로 환궁한 후 지었으며 이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낸후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를 정하기도 했다.

대한제국의 역사를 뒤돌아 볼때 개인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다. 일제의 강압으로 순탄지 않았던 고정 황제의 말년에 가뭄의 단비 같은 귀여운 딸이었던 덕혜옹주. 누구보다 사랑받아 마땅할 여인이었으나 시대적 불운으로 인해 결코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지 못했던 비운의 황녀. 권비영 작가의 소설 <덕혜옹주>를 통해 안타까운 그녕의 인생을 알게된 후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나라 잃은 슬픔이란게 어떤 것인지 새삼 그녀를 통해 알게된 것 같다.

덕수궁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대한제국 역사관'으로 새롭게 개관한 석조전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의 근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석조전이야 말로 대한제국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석조전은 황제가 바라던 대한제국의 근대화의 꿈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석조전을 보고 있으면 마치 로마시대 건축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도 그럴것이 석조전은 그리스 로마 신전 건축을 그 원형으로 하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영국에 있는 대영박물관이 바로 신고전주의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이다. 석조전과 비교해보면 외관에서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고종황제가 살았던 대한제국 시대를 떠올릴때면 황제를 접견하던 장면일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황제 접견실은 석조전 1층에 그때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복원되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있다. 지금봐도 너무나 고급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접견실 뿐만 아니라 석조전 내부에 이르는 곳곳마다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황당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만약 조선왕조가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면 어떨가 하는. 그렇다면 지금의 덕수궁은 여전이 왕이 머무는 궁궐로서 그 역할을 다 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마치 근대화 유럽의 정원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곳은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덕수궁 내부다.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따쓰한 봄날 대한제국 역사관을 둘러본 후 이곳 정원을 노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덕수궁의 명소 돌담길이다. 덕수궁을 왔다면 이곳을 거닐지 않고선 덕수궁 관람이 끝난게 아닌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어쩌면 주객이 전도된 듯하기도 하다. 오며 가며 스치는 덕수궁 돌담길에 오랜 시간 쌓여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취가 사람들의 발걸음에 따라 덧쌓인다. 지금 이 순간 눈이 내려 돌담길에 쌓이길 바래보는 것은 헛된 희망사항이 될까.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덕수궁에 숨겨진 이야기가 새삼 온몸으로 부딫혀 온다. 제대로 힐링여행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