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집 - 집을 헐어버리려는 건설감독관과 집을 지키려는 노부인의 아름다운 우정
필립 레먼.배리 마틴 지음, 김정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들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모두 각자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이 한 가지는 모두가 동일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내 삶 전체가 깃들어 있는, 내 인생의 일부와 같이 느끼는 것 말이다.

2009년 개봉한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UP>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랑하는 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초청되기도 한 이 애니메이션은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은 아니었나 보다. 바로 배리 마틴과 이디스 메이스필드의 우정에 대한 회고록인 이 작품 <나의 삶, 나의 집>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주인공 칼 할아버지의 삶이 한편의 영화처럼 흘러나온다. 사랑하는 아내 엘리가 먼저 하늘나라로 갈 때까지 그들은 언제나 함께였으며 그 중심엔 언제나 그들의 보금자리인 '집'이 있었다. 그의 집은 먼저 떠나가 아내와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다.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과 달리 <나의 삶, 나의 집>의 이야기는 실화다. 대형 쇼핑몰 건설의 현장 감독관인 배리 마틴과 철거 대상 주택에서 홀로 살고 있는 이디스 메이스필드 할머니가 나눈 진심 어린 우정에 대한 배리 마틴의 회고록이다. 사실 건설현장 감독관과 철거 대상 주민이 우정을 나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서로 정 반대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리와 이디스가 우정을 나누고 이디스의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배리가 곁에서 지켜주고 그런 배리를 이디스가 믿고 의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강한 울림을 전해준다.

이디스 할머니가 원했던 것은 집을 통해 갖게 될 수도 있는 막대한 이익도 그녀 사후 지금처럼 이렇게 유명세를 타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녀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내 집, 내 소파'에서 생을 마감하기를 원했던 ​것 뿐이었다. 그녀의 인생에 있어 오로지 남은 게 있다면 그 소원이었다. 그녀는 그걸 위해 철거 반대를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마음씨 따뜻한 배리를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고 그를 통해 그녀는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배리와 이디스의 3년간의 우정 이야기를 보면서​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내 아내와 아이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나와 내 가족의 보금자리인 우리 집. 결혼과 함께 시작된 지금의 집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아직은 집과 함께 지나갔던 추억들을 기억하기보다 기억할 추억을 만들어갈 나날이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 어떤 추억들을 쌓아갈지는 알 수 없지만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그것은 내 삶의 일부가 될 것이며 내 집 또한 내 삶의 일부분으로서 내 가슴에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디스 할머니가 꿈꾸었던 것처럼 온전히 나를 받아주는 곳 포근한 내 집에서의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는 꿈을 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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