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없는 나무 1 단비청소년 문학 9
크리스 하워드 지음, 김선희 옮김 / 단비청소년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가령 공기, 물과 같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처럼 말이다. 중요한 것일수록 있을 땐 그 소중함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만약 당장 공기나 물이 부족하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세상은 아마도 생지옥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노벨 문학 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에게 백색 어둠이 찾아온다. 앞을 본다는 것, 보통의 인간에게 앞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일 것인가. '내가 앞을 못 본다면 어떨까'하고 상상을 해본 적 있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과연 내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살아갈 수는 있다. 왜? 나만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앞을 못 본다면? 그건 말 그대로 생지옥이다. 21세기 첨단 현대 사회는 한순간에 원시 사회로 뒤바뀔 것이다.

크리스 하워드의 첫 소설인 이 작품은 핵 전쟁으로 인해 '균열'이라 불리는 재앙이 휩쓸고 간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랜 암흑기로 사람들은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모든 책을 불태워버렸다. 그 뒤로 책은 찾아볼 수 없다. 단, 몇 권을 제외하고. 그 뒤로 이 세상엔 우리가 나무라 불리었던 식물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이제는 없어진 나무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 나무들은 살아 숨 쉬는 나무가 아닌 고철로 만들어진 '뿌리 없는 나무'들이다. 주인공 소년 '반얀'. 그는 아버지와 함께 나무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철과 쓰레기들로 나무를 만드는 나무 기술자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기이한 소음과 함께 아버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후 나무 기술자 일을 하며 아버지를 찾으러 다니지만 아버지의 소식을 전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우연히 '약속의 땅'이라 불리는 진짜 나무가 존재하는 그곳에 아버지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곳으로 아버지와 나무를 찾기 위해 반얀의 진짜 모험이 시작된다.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전에는 작곡을 하고 자연 자원 관리를 하면서 10대 청소년들과 모험을 하곤 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돌아보고 자연 속에서 살아온 시간이 이 책을 쓰기에 영감을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청소년들이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을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집 앞에서도 길거리에서도 공원에서도 일하는 사무실 내에서도. 당장에 그런 나무가 없다고 한번 상상해보라.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오늘날의 도시. 갑갑한 도심 속을 쾌적하고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나무다. 나무가 있기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될 정도로 언제 어디서나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밖에 나온 날이면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다. 우리 곁에 늘 있어왔던 것들의 소중함을 잘 모를 때가 많다. 조금은 의미가 다르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스마트폰 하나만 봤을 때도 그런데 정작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은 어떻겠는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그 소중함을 일깨워주고자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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