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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수호자 ㅣ 바스탄 3부작 1
돌로레스 레돈도 지음, 남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10월
평점 :
1991년 안소니 홉킨스, 조디 포스터 주연한 영화 <양들의 침묵>이 개봉되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토머스 해리스가 살해한 피해자의 인육을 먹었다는 실존 인물인 연쇄 살인범에게서 영감을 얻어서 쓰게 되었다고 전해지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벌이는 범인에 대해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하는 중에 일명 '식인종 한니발'로 불리는 렉터 박사를 통해 범인에 대한 윤곽을 잡으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여 수사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양들의 침묵> 이후 20여 년이 흐른 지금 한니발에 맞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유능한 여수사관 클라리스 스털링을 떠오르게 만다는 소설 속 캐릭터가 등장했다. 스페인에서 지중해를 건너와 한국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돌로레스 레돈도의 <보이지 않는 수호자>에서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여 반장 아마이아 살라사르가 바로 그녀다. 진실을 바탕으로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수사관임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신비한 힘을 지니기도 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 전해내려오는 신화와 전설의 영향일까? 다른 작품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설정과 신선함이 돋보인다. <보이지 않는 수호자>는 작가의 바스크 3부작 스릴러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작품이면서 스페인에서만 장장 5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바스크 지방의 바스탄 계곡이 자리한 엘리손도에 10대 소녀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아마이아 살라사르와 그의 동료들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몇 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과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임을 알게 된다. 사건 수사를 위해 그녀는 어릴 적 살아왔던 작은 마을인 엘리손도에 가게 되는데, 그곳은 그녀에게 결코 행복한 곳은 아니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어머니에 대한 공포로 인해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만들어준 곳이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사하면 할수록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혼란을 겪게 되는 아마이아. 더욱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3건의 살인사건이 더 발생하고 서서히 살인범의 행방은 오리무중에 빠진다.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서 갈등하는 아마이아는 그녀의 가족이 살인사건과 연관됨을 알게 된다. 사건 담당 수사관 아마이아, 과연 그녀는 엘리손도에 전해져 오는 바하사운 전설과 함께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한편의 잘 짜인 영화를 본 듯한 착각이 들었다. 곧 이 착각은 현실이 될 것이기에 나만의 착각으로 남겨지진 않을 것 같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영화화했던 제작사에서 바스크 3부작의 영화 판권을 사들였다고 한다. 제2의 <양들의 침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독특하고 재미있었던 점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지방의 신화 혹은 전설이 소설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는 것이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가 마치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잘 버무려져 나온 듯했다. 그래서일까. 다른 작품에서 느끼지 못 했던 신선함과 독창성을 느꼈던 것 같다. 아마 전 세계 독자들도 나와 같기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1부 <보이지 않는 수호자>, 2부 <뼈의 유산>, 3부 <폭풍에 바치는 공양> 이렇게 3부작으로 구성된 바스크 3부작의 다음 작품들이 너무 기다려진다. 다음 작품에선 또 어떤 신비한 힘으로 소설 속으로 나를 끌어들일지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