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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ㅣ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조선시대를 살았던 여인들 중에서 가장 많이 화자되고 있는 인물이 있다면 바로 어우동이 아닐까 싶다. 어우동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요부, 불륜, 성 스캔들 등등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여성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듯하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가져보자. 어우동을 성 추문 사건의 당사자로서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자유를 꿈꾸었던 인물로 그려본다면 어떨까. 과연 그녀의 삶은 역사가 기록하고 우리가 기억하는 대로의 삶만을 살았던 걸까. 사랑했기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던 여인 어우동. 그녀의 삶을 김별아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필체로 따라가보자.
유복한 집안의 뒤틀린 가족의 딸로 태어난 어우동. 밖에서 보면 남들이 부러워할 화목한 집안이지만 아비와 어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을 일삼으며 집안의 장손인 오라버니는 정신이 나가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다. 온전한 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한 채 갑갑한 집을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은 그녀. 드디어 종실 영천군과의 혼사가 이루어지고 부푼 꿈을 안고 떠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지아비와 기생 년의 음모에 빠져 혼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쫓겨나게 된다. 조선시대 여인은 혼인을 하면 출가외인이라 했던가. 시댁에서 쫓겨나 처가에도 몸담을 수 없었던 그녀는 몸종과 함께 집 한 채를 마련하여 살게 된다. 더 이상의 불행한 삶을 원치 않았던 그녀는 자신을 스스로 검지 아니하다라는 뜻의 '현비'로 부르며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새 삶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이름을 '현비'라 칭하고 자신을 어둠에서 빛으로 끄집어 낸다. 이것은 지금까지 억눌려왔던 참아왔던 시대적 배경에 맞서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한 여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욕망과 사랑을 원했던 그녀는 신분을 막론하고 많은 남성들과 몸과 마음을 섞으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 나간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남성과 이성을 떠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세상을 배우고 깨우쳐 나간다. 이 세상엔 똑같은 사람은 없듯이 그녀가 만나고 헤어진 사람에게서 동일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그 시절 그녀는 그렇게 사람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나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우동의 죽음은 어쩌면 시대적 상황에 따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살았던 그 시기는 성종이 성리학의 이념을 국가의 이념으로 삼고자 하던 때이다. 조선시대를 뒤흔든 성 스캔들 사건이 비단 이뿐이었을까. 윤리보다 자유와 사랑을 더 원했던 그렇기에 그녀가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닐는지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지나온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한 얘기들이다. 어떤 관점을 갖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 번쯤은 다른 측면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나무를 보고 판단하기보다 숲을 보고 달리 생각해보는 시간도 중요할 것 같다. 어우동의 삶이 꼭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역사 속 화제의 인물인 어우동에 대해 단순히 재미로 읽으려던 소설이 생각의 여운을 남겨준 소설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