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인연 -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
정준기 지음 / 꿈꿀자유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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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인연을 쌓는다. 가족에서의 인연, 학교에서의 인연, 직장에서의 인연 그리고 처음 가보는 낯선 곳에서의 인연. 그 수많은 인연들 속에서 우리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인연들은 얼마나 될까.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인연이라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인연은 비단 사람뿐이겠는가. 가슴을 울리는, 내 인생을 변화시킨 책을 만났던 순간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 부를만하지 않을까. 어린 시절 나의 가장 친한 벗이 되어주었던 우리 집 강아지를 만났던 인연,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를 봤던 순간, 결코 만난 적은 없지만 멀리서 응원하는 그 사람을 알게 된 인연 등등. 우리네 인생에는 참 많은 인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인연들 모두 참 좋은 인연이 아닌가 싶다.

핵의학이라는 어쩌면,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학문을 연구하는 의학박사인 저자가 근 10년간 꾸준히 인문학과의 교우를 잊지 않으면서 세 번째 그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이전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그의 삶의 향기가 더욱 묻어나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이 더욱 가슴속에 파고들며 공감을 자아낸다. 이 책은 그와 참 좋은 인연을 맺어왔던 그의 제자들의 후의로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하니 이 또한 참 좋은 인연이 아닐 수 없는 듯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인연이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만을 인연이라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인 자신도 인연이라는 책을 사람, 책, 추억, 생각이라는 4개의 테마로 나뉘어 그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통해 나는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왔고 그들과 어떤 인연을 만들어왔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가 사랑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고전부터 현대문학까지 아우리며 책과의 인연을 풀어 놓는다. 내 인생을 빛나게 했던 책은 무엇이었고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책과의 좋은 인연을 꿈꿀 수 있는 시간이 된 듯하다. 책을 좋아해서 일까. 책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정감이 간다. 그를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와 같이 나도 내가 읽은 책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아직은 짧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 짧은 시간을 살아오면 참 많은 이야기가 나를 통해 만들어졌다. 그 이야기 속에서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추억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좋았던 기억,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 되돌아가고 싶은 기억 등등. 추억은 과거를 회상하는 거라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과거로부터 배워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의 추억은 좋고 싫고 옳고 그르고를 떠나 소중한 우리 자신의 일부이며 지금의 나를 존재케 하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앞만 보며 달리는 사람은 여유가 없다. 때로는 내 옆의 풍경을 때로는 내가 달려온 길을 돌아보며 숨 고르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잠시 멈춰 숨 고르기를 할 때 나를 울고 웃게 만드는 것이 내가 추억하는 나의 모습일 것이다. 나는 나를 추억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생각한다.

좋은 글은 좋은 그림과 만났을 때 가장 좋은 울림을 만들어 내는 듯하다. 저자의 소소하지만 따뜻한 글과 함께 볼 수 있는 그림들이 바로 그러할 것 같다. 이 또한 좋은 인연으로 만난 글과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의학박사라는 명함 때문에 어쩌면 딱딱한 글이지 않을까 하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가졌던 나 자신이 조금은 어리숙하고 부끄럽다. 이 순간 내 인생에 나는 또 다른 '참 좋은 인연'을 만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상에 지쳐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면 이 글과 그림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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