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창래 지음, 나동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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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On Such a Full Sea'이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작품 중 '줄리어스 시저'에서 전쟁을 앞둔 브루터스의 대사에서 따온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만조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발생되는 현상으로 해수면이 가장 높은 경우를 말한다. 최고점에 도달했다는 것은 곧 최하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함을 뜻하기도 한다. 즉, 이전과 다른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우리는 책에서 주인공 소녀 판을 통해 지금까지 정체되어 있던 가까운 미래사회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의 미국 사회를 그리고 있다. 우리가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늘 상 봐오던 미래 사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미래 이야기를 하면서 현재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니, 간혹 그 이전 과거의 모습도 보이기도 한다. 미래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만의 독특한 통찰력이 반영된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차터, B-모어, 자치주. 마치 계급처럼 미국 사회도 이 세개의 도시로 구분되어 버린 미래. 차터는 상류층 계급이 살고 있는 도시로서 부유하고 깨끗한 삶을 영유할 수 있는 도시다. B-모어는 차터에서 필요로 하는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차터의 계획하애 일과 삶이 종속된 도시다. 마지막, 자치주는 어떠한 보장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무정부도시다. 이처럼 각각의 역할이 주어진 계급화된 도시에서 주인공 소녀가 B-모어 담장 너머에 첫 발을 내디디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되어져 온 일상에 작은 파장이 일어나게 된다.

틀이라는것은 한 개인의 작은 습관에서부터 사회적인 규칙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며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수에 의해 다년간 지속적으로 행해져 오면서 하나의 형식화된 틀이 된다. 그래서 틀을 깨는것은 쉽지 않다. 틀을 넘어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것만큼 어려운것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나 자신을 넘어서 새로운 나를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판은 왜소한 몸에 특별할 것 없는 그저 평범한 한 소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녀에겐 다른 사람과는 다른 무엇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아닐까.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 변화가 나비효과처럼 조금씩 조금씩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을 상기하자.

우리가 늘 해오던 반복적인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줘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령 매일 아침의 출근길 대신 새로운 길을 가보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가 새로운 길을 갈때 뜻하지 않게 발견하게 될 무엇가가 기대되고 설렌다. <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후에 출간될 작가의 작품 또한 새로운 기대와 설렘을 안겨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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