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마리아
다니엘라 크리엔 지음, 이유림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쩌면 욕망이라는 본능의 탈을 쓴 늑대일런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무엇이다'라고 정의 하는것은 무의미하다. 저마다 느끼는 감정의 형태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뜨거운 욕망이 되었다가 간절한 바램이 되었다가 한없는 배품이 되었다가 마음의 평안이 되기도 한다. 사랑 그대로의 솔직한 감정을 느껴본적이 있나. 솔직하다는 것은 오만가지 생각으로 부풀려지고 까발려질 수도 있겠다. 그런 사랑 이야기를 만난것 같다. 위험하지만 감정에 솔직해서 더없이 뜨겁고 간절한 사랑이 되어버린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이야기가 말이다.

1990년대 독일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마흔살의 남자 헤너와 부모의 이혼으로 남자친구 집에서 한 가족처럼 살게된 16살 소녀 마리아. 그들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를 통해 만나게 되고 그 만남을 계기로 불가항력의 어떤 힘에 이끌려 서로를 원하게 된다. 그때부터 둘만의 비밀스럽고 위험한 사랑이 시작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미처 알지 못했던 걸까? 온갖 거친 세상을 살아온 남자 헤너를 통해 소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워 나간다. 그들의 공통점은 서로를 미친듯이 원한다는 점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좋아한다는 것. 독일 통일을 앞둔 어느 날 결국 소녀 마리아는 새로운 삶의 변화라는 물결에 따라 흘러가지 않는다. 헤너와의 관계를 주위 사람들에게 고백하고 시골마을에 남아 그와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많은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은 여럿있다. 소설 <은교>에서 이적요가 보여주는 사랑, 소설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속 해리 쿼버트의 사랑이 그러한 맥락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소설 속 세 인물이 보여주는 사랑의 감정은 다르다. 이적요의 사랑은 나이 많은 노인이 어리고 젊은 소녀를 통해 자신의 젊음을 사랑했던 것이고 해리 쿼버트는 소설가로써의 자신의 창작에 대한 영감을 사랑하는 소녀로부터 얻고자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즉, 사랑하는 소녀를 통해 자신의 원하는, 사랑하는 다른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리아는 인간이 갖고 있는 순수한 욕망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사랑의 감정을 추구하고 있다.

사랑은 많은 것을 간직하고 있는 상자와 같다. 행복, 슬픔, 불안, 초조, 기다림, 즐거움 등등.. 그래서 사랑은 비밀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의 길에서 말하지 못한 비밀 한 두 가지씩 있는 것처럼. 이것이 마리아의 위험하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랑 이야기에 끌려 책의 마지막장을 덮게된 이유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