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노먼 F. 매클린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아름다운 시절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 시절인 사람도 있고 과거 젊은 시절의 한 순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봤을때 헛되이 흘려 보낸 삶이 존재할까?

지나온 내 인생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차를 타고 천천히 돌아본다. 아빠와 엄마, 형과 동생 다섯식구가 모여 5번째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장면을 지나 6학년 4반 쉬는시간 친구녀석과 주먹다짐을 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시간이 흘러 뜨거운 햇살아래 까까머리 중학생 6명이 농구공 하나로 코트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지나 밤새토록 책상에 앉아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수험생이 보인다. 전국을 누비며 취재현장을 돌고 있는 열정있는 대학신문기자의 모습도 보이고 이어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걸 축하하는 자리에서 왁자지껄 떠들썩한 모습도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시간여행을 하는 기차의 속력이 점점 빨라지며 그 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휙휙 지나간다. 이윽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내가 있는 곳까지 돌아온다. '흐르는 강물처럼' 달려왔던 짧은 내 인생을 달려왔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원제인 <A River Runs Through It>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강물이 인생을 흘러간다고 했다. 참으로 멋진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흘러감을 표현한것이라. 이 책은 작가 대표작인 세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다. 그 중에서 표제작인 '흐르는 강물처럼'은 그가 아버지와 동생 폴과 함께 플라이 낚시를 하며 지내온 젊은 시절의 인생 이야기다. 작가의 표현대로 '여름날이 북극처럼 긴 서부 몬태나'에서 플라이 낚시꾼처럼.

'흐르는 강물처럼'은 1992년 배우이자 감독인 로버트 레드포드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지게 되는데 작가는 죽기전까지 자신의 가족이야기가 상업화된는것을 꺼려했다가 죽기 얼마전 영화화를 허락했다고 한다. 작가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으면 우리는 서부 몬태나주 협곡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그곳에서 펼쳐지는 플라이 낚시 장면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의 원작을 읽으면서 오래전 영화를 봤던 기억이 드문드문 소설 속 이야기와 매핑되어 떠올라 한 층 더 생생한 소설 읽기가 가능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책의 서문에서 <브로크백 마운틴>, <항해뉴스>의 작가로 잘 알려진 애니 프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노먼 매클린은 1990년에 세상을 떠났으나, 물고기가 강물에서 헤엄치고 세상에 책이 계속 만드어지는 한 수십만의 독자들은 그를 기억할 것이다.' 반 평생을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글을 가르쳤던 작가가 뒤늦게 썼던 작품이 그가 죽고 난 이후의 세대들에게 그를 기억할 수 있게 한다. 책의 말미에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젊은 시절 내가 사랑했으나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이제 거의 다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해하기 위해 그들에게 손을 내민다.' 그의 말과 반대로 지금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작품을 읽고 있는 듯 하다.

​많은 플라이 낚시꾼처럼, 나는 시원한 그늘이 내리는 저녁이 되어서야 낚시에 나선다. 그러면 협곡의 북극 같은 반광속에서, 모든 사물은 단 하나의 존재로 환원된다. 그 속에는 내 영혼과 기억과 빅 블랙풋의 강물 소리와 네 박자 리듬과 고기가 입질하리라는 희망이 녹아 있다. 이윽고 모든 것은 하나로 융합되고 그 속으로 하나의 강이 흐른다. 강은 세상의 대홍수에 의해 조성되었고, 시간의 근원에서 흘러나와 돌들 위로 흘러간다. 어떤 돌들에는 태곳적의 빗방울이 새겨져 있다. 그 돌들 아래에는 말씀들이 있고, 그 중 어떤 것은 돌들의 말씀이다. 나는 언제나 강물 소리에 사로 잡힌다.

작가는 플라이 낚시를 통해 진정 자연과 하나됨을 느낀게 아닌가 싶다. 현실 속의 당신이 갖고 있던 온갖 감정들.. 말하자면 기쁨, 슬픔, 희망 등등.. 모든 것을 흐르는 강물에 담아 흘러 보내는 듯 하다. 흘러가는 강물에 머리위를 춤추는 낚시 줄을 날리면서 말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죽기 직전까지 변함없이 플라이 낚시꾼이 되어 몬태나주 협곡을 흐르는 강물로 나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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