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내 얼굴에 미소가 어려있다.
'아~'하고 알듯말듯 미소를 머금은 짧은 한숨이 흘러 나온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설레임, 뭉클함, 진한 감동을 느낀것 같다.
글로써 지금의 내 기분을 잘 전달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 기분좋음을 놓치기 전에 글을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전부터 일본 영화와 애니매이션, 소설을 참 좋아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고 있는데 <쓰가루 백년식당>을 읽고 난 후 내가 왜 그렇게 그것들에 끌렸던 것인지
확실하게 알게 된것 같다. 바로 모리사와 아키오가 만들어내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상속의 행복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책속의 주인공이 되버린다.
<쓰가루 백년식당>을 읽으면서 난 어느새 주인공 오모리 요이치가 되어
백년을 이어온 쓰가루 메밀국수집의 4대손이 되어 있었다.
고향 히로사키를 떠나 외로운 도시 도쿄로 상경한 요이치에게서
과거 부모님 곁을 떠나 서울로 상경하여 공부를 하고 직장을 다니게 된 젊은 날의 내가 떠올랐다.
소심하고 남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내성적인 요이치가 겪는 도시생활을 고스란히 내가 겪어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더 요이치에게 더 동화 되버린게 아닌가 싶다.
인연은 반드시 있는법!!
나나미와의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닮아가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그럼으로써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되니까.
요이치와 나나미의 알콩달콩한 사랑 얘기를 읽으면서 아내와 처음만나 결혼을 하고 곧 태어날 아이까지 쑥쑥 자라고 있는 지금
그리 멀지않은 기억들에 배시시 계속 웃음이 나오는걸 멈출 수가 없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이 말이 내 가슴에 너무 크게 자리잡아버렸다.
백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 겐지와 도요의 행복이 요이치와 나나미에게 그대로 전해진것 처럼
내가 지금 느끼는 이 행복이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아이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내 아이들의 행복을 엿볼수는 없지만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쓰가루 백년식당>을 통해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난 후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 전에 출간되었던 <무지개 곶의 찾집> <당신에게>가 너무 읽고 싶어진다.
두 작품에서는 또 어떤 잔잔한 행복감을 내게 전해줄지 기대와 설레임이 벌써부터 앞서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