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이가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영어의 전략
김은영 지음 / 치읓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에서 영어에 대한 관심은 높은 것 같다. 아니, 전보다 더 뜨겁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의 발달로 국경이 무너진 글로벌 세상에서 영어는 이제 필요가 아닌 필수 언어가 되었다. 부모 세대가 영어를 처음 접하던 때는 중학교에 입학해서부터다. 그때부터 영어 알파벳을 읽고, 쓰며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그만큼 영어를 접하는 시기가 빨라졌다.



그렇다면 영어를 빨리 접하고 공부를 시작하는 만큼 영어를 잘하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영어 공부의 시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어 공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부모 세대인 우리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까지 10년 동안 공부를 해왔지만 영어로 말을 하진 못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영어를 언어가 아닌 학습으로 대해왔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된다. 영어를 학습이 아닌 언어로써 습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엄마표 영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엄마표 영어는 학원과 같은 사교육을 통해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엄마와 함께 즐겁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놀이라고 한다면 영어는 즐거움의 대상이 된다. 영어 공부를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영어를 공부하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다. 낯설고 어려운 언어를 공부해야 되는 데서 오는 부담감으로 포기를 하게 된다. 결국 영어 공부의 성공 여부는 영어를 얼마나 즐겁게 공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엄마표 영어라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환경도 모두 다르고 엄마의 가치관 아이의 성향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에 맞는 엄마표 영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 얘기한 데로 엄마표 영어가 사교육보다 좋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하다. 더욱이 엄마 본인이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면 더더욱 갈피를 잡기 어렵다. 엄마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데 아이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표 영어에서 엄마의 영어 실력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의지다.



그럼 엄마표 영어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될까. 이 책은 바로 그런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려는 초보 엄마들을 위해 20년 동안 엄마표 영어를 해오며 아이들을 영어로부터 독립 시키는데 성공한 저자의 노하우가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 아이 연령별로 엄마표 영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저자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해 놓았다. 사실 처음 시작하는 엄마라면 영어 책은 어떤 걸 읽으면 좋은지부터 듣기, 말하기, 쓰기를 어떻게 언제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없다. 그런 점에서 엄마표 영어를 먼저 해온 선배 엄마의 진솔한 조언은 가뭄의 비와 같다.



개인적으로 엄마표 영어가 좋은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엄마표 영어가 추구하는 교육 가치관 때문이다. 부모 세대인 우리가 그동안 받아온 주입식 교육이 얼마나 힘들고 무의미한 것이었는지 알고 있지 않은가. 몇십 년을 그렇게 공부해왔지만 사실상 남은 게 없다는 점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표 영어는 공부를 위한 공부로 영어를 바라보지 않는다. 갓난 아이가 모국어를 익혀가듯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방법은 이미 많은 언어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검증된 언어 습득 방법이다.




엄마표 영어는 다른 사교육과 달리 결과 중심적이지 않다. 단기간의 결과를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잘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없다. 사실 이점이 엄마표 영어를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가 모국어를 떼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어느 부모가 아이가 빨리 말을 안 하다고 다그치고 포기하는가. 영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영어로 처음 말을 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인풋이 필요하다. 그런 후에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날이 올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날을 기대하며 엄마표 영어를 실천해오고 있다.



아이와 함께 영어 동화를 읽고, 듣고 해온 지 2년가량 된 것 같다. 얼마나 달라졌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그동안 아이를 위해 영어 동화를 읽어준 아빠인 내가 전보다 영어 실력이 나아진 것 같다. 때론 답답하고 계속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계속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아이가 나중에 영어를 공부하게 되는 시기가 왔을 때 영어를 공부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로 인해 영어 공부를 거부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웃풋이 빨라 나오길 바라지 않는 것, 엄마표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다.



영어 공부는 정말 끝이 없다.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는 어려운 영어 공부를 하는 날은 없을 줄 알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곧바로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부모가 돼서도 계속해서 영어 공부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은 영어 공부가 싫지 않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한글 책을 읽고 영화를 보듯이 영어로 된 책을 보고 영화를 보는 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까. 생각을 바꾸니 영어가 재미있어졌다. 재미있어지니 더 잘하고 싶어졌고 공부하고 싶어졌다. 바로 이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통해 알려주고 싶은 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