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하지만 내가 나를 잘 알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가장 알기 어려운 사람이 본인이 아닐까 싶어진다. 나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도 나고 그렇지 않은 사람 또한 나다. 이런 아이러니가 또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제일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이다. 바로 나 자신이다.


그렇다면 내가 나를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 비록 그것이 최고의 방법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에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방법이란 나에게 질문하기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란 나의 내면에 물음을 던지고 답해보는 시간을 의미한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겠지만 확실히 몰랐던 나 자신을 알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이 그렇다.


이 책의 저자인 코너 프란타는 전 세계에서 구독자 수가 많기로 200위 안에 드는 유튜버 중 한 명이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테니 넘어가자. 더구나 그는 이제 갓 24살이 된 젊은 청년이다. 하지만 그는 무려 3개나 되는 성공적인 기업의 CEO이며 인권 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이다. 실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그다. 그를 잘 알지도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인생은 마냥 행복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금의 삶을 누리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 왔다. 이 책은 지나온 그의 삶의 기록이자 현재의 그가 과거 또는 미래의 그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의 편지다.


2014년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그의 유튜브 채널에 하나의 동영상이 업로드되었다. 그 영상은 조회사 1200만 회라는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냈는데 그 영상의 제목은 '커밍아웃'이었다. 그렇다. 그는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공개한 것이다. 그의 가족은 물론 그를 알던 많은 사람들이 충격 혹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가장 많이 놀라고 두려웠던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그 자신이었겠지만. 커밍아웃이 예전과 달리 사회의 인식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과 같이 동성애가 합법적인 곳에서도 그러할진대 우리나라와 같이 그보다 폐쇄적인 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정말 엄청나게 개방적인 사회가 된 것은 틀림없다.


이제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들어내는 그는 당당하다. 더불어 전과 다르게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으며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처음 사랑이 찾아오지만 곧이어 이별도 찾아온다. 사랑에 웃고, 사랑에 울고, 사랑에 기뻐하고, 사랑에 슬퍼하는 모습은 영락 없이 순수한 젊은이의 모습이다. 어쩌면 책 속에 담긴 아름다운 그의 글귀는 사랑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그건 바로 과거와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이다.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생각해보면 이보다 뜻깊은 일도 없을 것 같다. 힘들었던 과거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위로의 편지를 쓰고 내가 바라는 삶을 살고 있을 미래의 나에게 안부의 편지를 쓴다. 나란 존재는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는 순간 더 이상 나는 혼자가 아니게 된다. 과거의 나를 거쳐 지금의 내가 있듯이 미래의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진짜 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과정이다. 어쩌면 이것이 내 인생에서 나를 제대로 아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