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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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수많은 아버지와 아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가족이라는 줄로 이어져 있지만 그 줄의 무게와 굵기는 모두 다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란 정말 복잡 미묘하다. 부모는 자식에 대해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존재라 알고 있지만 현실을 꼭 그렇지는 않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도 부모와 자식이기 전에 똑같은 하나의 인격체로써 동등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가 반드시 특별할 것이라 여겨지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의 많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존중한다. 이 세상이 아직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의 사랑이 있어서다.


이제는 작가 본인의 이름보다 '오베'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그 또한 이 세상의 수많은 아버지들 중 하나다. 그런 그가 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 곁에서 잠들어 있는 가족을 보며 써 내려간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지명은 모두 작가 본인이 살았던 곳의 실제 장소이며 지금도 있는 곳이다. 즉, 자신의 삶이 소설 속에 어느 정도 투영되었다는 의미다. 그래서였을까. 그전에 그가 썼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무언가 삶의 진중함이 느껴진달까. 아니면, 나 또한 그처럼 한 아이의 아빠이기에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기 때문일까. 무엇이 되었든 소설을 통해 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뜨거웠다. 짧은 이야기 속에 감춰진 감동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속에 쓰나미를 일으킨다. 왈칵 눈물을 쏟게 만드는 부성애를 느낄 수 있게 한달까. 아이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을 돌아보게 한다.


이야기는 인생에서 가족보다 자신의 삶을 우선순위에 둔 한 남자가 암 선고를 받으며 그동안 잘못 살아온 지난날을 후회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기억되기 위해 벌이는 일생일대의 거래에 대한 내용이다. 사업가로써 그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지만 아버지로서 그는 실패한 삶을 살아왔다. 아들의 인생에서 그는 단 한 번도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치료를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만난 자신과 똑같이 암 선고를 받은 어린 소녀를 만나면서 자신의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과오를 깨닫게 된다. 그런 그에게 죽음이 아닌 삶의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어린 소녀에게는 꺼져가는 삶의 그림자만 드리워져 있다. 그런 그가 중대한 결심을 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과연 그는 뒤늦게 깨닫게 된 아들을 향한 사랑과 아버지로서의 삶을 모두 뒤로한 채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까.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큰 결심을 해야 될 때가 한 번은 찾아온다. 나 자신을 위해 서일 수도 있고 내 가족을 위해 서일 수도 있다. 만약 우리에게 사랑하는 가족이나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해야 될 때가 찾아온다면 온전히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이야기 속 주인공이었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했을까. 그와 같이 행동할 수 있었을까. 10초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희생이란 게 그렇다. 아무리 가족이라 할지라도 선뜻 그렇게 하기 힘든 것이 바로 희생이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존재임이 드러나는 진실의 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세상이 따듯한 이유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많은 곳에서 그렇게 희생하는 삶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없을 순 없다. 중요한 것은 그 후회를 바로잡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느냐다.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만약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가 바로 시작할 때다.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만큼 진짜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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