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르네 놀트 그림,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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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2019년 부커상 수상자로 두 명의 여성이 선정되었다. 한 명은 부커상 수상자로는 첫 흑인 여성인 영국의 에바리스토였고 다른 한 명은 올해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였던 문학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마거릿 애트우드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이는 1985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시녀 이야기>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번 수장 작품인 <증언들>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작품은 2년 전 미국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종영되었던 동명의 원작 소설 <시녀 이야기>의 15년 후를 다룬 속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수상 작품인 <증언들> 못지않게 전작인 <시녀 이야기>에도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그와 더불어 <시녀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그래픽 노블 또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원작 소설과 드라마 영상을 통해서도 느낄 수 없었던 감각적이고 압도적인 표현력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만큼 원작을 더욱 빛나게 하는 새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국가의 자원이다. 나를 그토록 철저히 규정짓는 표식을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에서 여성은 선택받은 소수의 남성들에 의해 사용되는 한낱 도구에 불과하다. 갑자기 불어닥친 전체주의 사상은 사회를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구분해버리고 여성은 감시 대상이며 건전한 사회를 재생하기 위해 필요한 인류를 생산하는 도구로서의 임무만 주어진다. 모든 여성은 레드 센터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도구로서의 삶을 교육받고 길러진다. 그리고 선택받은 소수의 지배자에게 배치된다. 그렇게 배치된 그곳에서 권력의 상징인 남성의 씨를 받아 출산을 한다. 하지만 몇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하지 못하면 비여성으로 분류되어 콜로니로 보내진다. 즉, 폐기처분된다.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을 보면서 우리나라 영화인 <씨받이>가 떠올랐다. 작품 속 시녀의 역할이 아무런 힘이 없는 여성이며 남성에 의한 출산을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점이 <씨받이>라는 영화 제목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영화 <씨받이>와 <시녀 이야기>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영화는 비극으로 끝나지만 작품은 희망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시녀 오브프레드의 미래는 그려지지 않는다. 다만, 그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의 녹취록이 과거가 되어버린 그 시대를 현재의 우리가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하는 장면이 비칠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역사로 기억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대가 변했음을 의미하며 그녀가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더불어 조지 오웰의 <1984>도 떠올랐다. 전 국민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의 존재의 강렬함이 살아있는 전체주의 사회 오세니아와 시녀 이야기 속 길리어드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조지 오웰의 <1984>와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가 동시대의 이야기였다면 어떠했을지 문득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상상으로 시작하고 끝낼 수 있음에 안도하기도 했다.


처음 출간되었던 그 해는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가히 심오하고 심도 있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나 여성의 인권은 남성의 그것에 비해 많이 저하되어 있다. 여성을 성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쩌면 35년 전 작가는 오늘날 현대인의 모습을 미리 내다본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시대상에 유일한 탈출구로서 이 작품을 썼던 것은 아닐까. 그 이유는 작품 속에서 소수의 무리가 외치는 '메이데이'에서 그 신호를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 시녀 오브프레드가 그녀를 가두고 있는 사령관의 집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메이데이'를 통해 서니 말이다.


사실 이 작품을 읽어보면서 원작 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이렇게 강렬한 색채와 선의 굵기만으로 표현된 원작 속 글들이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아쉬웠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한 시녀 이야기를 읽었다면 머릿속에서 헤매던 문장들이 살아 움직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장면 또한 속편인 <증언들>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기회가 된다면 원작 소설과 더불어 TV 드라마도 찾아 볼 계획이다. 과연 하나의 원작 소설로 그래픽 노블과 다르게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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