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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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 법치 국가다. 우리나라 제헌헌법 제8조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즉, 다시 말해 국가가 정한 제도적 틀 속에서 우리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그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일까.


이미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불평등 사회에서 살고 있다. 국가의 이념은 평등 사회를 추구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이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미 불평등한 사회에 익숙한 채로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당연하다는 듯이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불평등이란 원래부터 존재했었고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여긴다. 과연 그럴까.


경제 용어에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있다. 1896년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가 발표한 논문에서 비롯된 용어로 부의 불균형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전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즉, 어떤 성과의 80%는 상위 20%에 의한 행위의 결과이며 나머지 80%는 성과의 나머지 20%에 기여할 뿐이다. 상위 20%가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위 80%는 그들을 지원하며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것이야말로 표면적으로 평등 사회로 불리는 현대 사회의 진짜 모습이다.


상위 20%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말하는 것이며 어떻게 불평들을 양산하고 유지하는 것일까. 상위 20%의 사람들은 다름 아닌 당신과 나, 우리들이다. 인구 분포도에서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중상류층이 바로 그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점이 있다. 우리가 불평등이라고 느끼는 대부분의 것들이 1%의 상류층에 의해서 파생되는 거라 여긴다는 것이다. 물론 1%의 최상위층에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을 간과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최상위 계층에 극단적인 부의 쏠림 현상은 우려해야 해야 하며 그들이 정치,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중상류층의 규모와 그들이 집합적으로 가진 권력은 도시의 형태를 변형시키고 나아가 국가의 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중상류층의 영향력이 막대한 이유는 사회에서 주요한 요직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위 20% 중상류층에 의한 불평등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기회 사재기'. 사재기라는 말은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사 모아두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기회 사재기'란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특정 계층이 그들이 갖고 있는 부와 권력으로 부당하게 취득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느 정치가의 자녀를 대기업에 입사시키기 위해 기업의 담당자에게 권력 행사를 한다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의 추천서를 통해 대학 입시에 유리한 조건으로 합격한다거나 하는 행위들이 바로 '기회 사재기'다. 중상류층 자녀들이 명문대에 입학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경우가 흔한 경우가 과연 그들 본연의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총 8가지 변화를 위한 제안을 하고 있다. 계획적인 임신과 출산, 가정 방문 프로그램을 통한 육아, 학교 교사 체계 개선, 공정한 대학 학자금 조달 기회 제공,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 폐지, 대학 동문 우대제도 폐지, 공정한 기업 인턴 기회 제공, 역진적 조세 보조 폐지가 그것이다. 이 제안 미국 사회에서 발생되는 불평등에 대한 해결 방안들이지만 국내에 적용 시 참고할만한 중요한 제안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계획 있는 임산과 출산 그리고 정부의 육아 지원은 우리나라에도 시급히 적용하여 변화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불어 가정 형편에 상관없이 훌륭한 교사에게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과 취업 준비생들에게 있어 인턴십 기회가 공정하게 제공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위 20% 중상류층의 의식 변화다. 인간이란 탐욕스러운 존재이기에 가진 자는 더 갖고 싶어 하며 누리고 있는 것을 결코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작은 행동 하나는 하위 80%의 가지지 못하거나 누릴 수 없는 이들에게는 커다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형성된 상위 20% 중상류층의 변화는 사회적 제도 마련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우리 사회가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나아가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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