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혁명 -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
세라 W. 골드헤이건 지음, 윤제원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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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공간이라는 형태를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최초의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생물학적으로 현생 인류의 시작인 호모 사피엔스부터일까. 명확하진 않지만 인류가 공간을 실질적인 공간으로서 인지하고 개념을 갖게 된 것은 주거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공간이란 무엇일까. 그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이렇다. 공간이란 사람이나 사물이 점하고 있는 장소 또는 인간의 활동이 행해지는 장이나 물체의 운동이 그 속에서 전개되는 넓이를 말한다. 공간을 접하는 주체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진다.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볼 관점은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본 공간이다. 다시 말해 사람에게 공간이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사람과 공간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나아가 미래 사회에 사람과 공간은 어떻게 공존하게 될 것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우리 인간은 태곳적부터 공간에 둘러싸인 채 그 생명력을 갖게 된 존재다. 지구. 우리는 지구라는 커다란 공간 안에 있다. 그리고 그 지구는 우주라는 더 넓은 공간에 존재하는 작은 행성이다. 인간과 공간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굳이 인류의 기원을 힘겹게 쫓아갈 필요 없이 당신과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간 생명체가 가장 안정을 느꼈던 공간, 엄마의 뱃속이다.


현대 사회에서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현대인은 공간을 이렇게 부른다. 집. 우리가 공간을 인지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집'이다. 집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다. 집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3대 요소 중 하나이며 가장 중요하다. 과거는 물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집을 대하는 사람들의 관점이 '집' 고유의 특성만은 아니다.


집으로서의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사실 우리가 공간을 인지하고 체화할 때의 그 공간은 '집'과 동일시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이 오롯이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집은 단지 사람이 생활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이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아마도 집이 될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집을 짓는 것 즉,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디자인하고 건축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공간이 자연에 얼마나 친화적인가에 달려있다. 그래서 공간에 대한 건축 환경과 건축 환경 디자인이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주변의 공간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건축학적으로 동일한 안마당 두 곳이 있는 저층 주택 단지가 있다. 그중 안마당에 식물과 풀, 나무가 있는 곳은 녹색 뜰,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는 곳은 회색 뜰이라고 부르겠다. 도시와 동네, 건물 디자인은 전부 동일했고 거주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배경도 유사했다. 하지만 사는 집에 따라 주민들 특히 어린이들의 삶은 다르게 나타났다. 녹색 뜰 주민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했다. 녹색 뜰 주민들은 스트레스에 더 강했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에도 더 잘 대처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아이들의 인지 능력이 전체적으로 더 뛰어났다는 점이다. 또 공공장소 녹지 증가는 범죄 발생률 감소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자연과 주기적으로 접촉하면 범죄율과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연과의 접촉이 인간의 인지 기능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 자연이 주는 유익한 생리적 효과는 자연과 접한지 '20초'가 채 지나기 전부터 측정할 수 있다. 자연에 대한 접근성이나 자연 녹지와 기후, 지형을 모방한 디자인은 인간에게 유익한 영향을 준다. 인간은 행복을 향상시키는 자연이 있는 환경에서 번영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이 우리에게 얼마큼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그렇지만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는 듯하다. 도시는 자연환경과 인간을 생각하기 보다 도시의 기능적인 측면에 더 부합하도록 디자인됐다. 도심 한복판에서 녹지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는 도시에 속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이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인간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순기능에 역행한다.


풍성한 환경. 이는 인간 경험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 건축 환경을 의미하며 디자인이 뛰어난 풍성한 환경은 인간의 역량을 높인다. 우리는 이런 환경에서 기억을 형성하고 평생 동안 떠올리기 때문에 바로 이 환경이 우리가 누구인지 규정하는 틀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환경은 중의를 집중하게 혹은 주의를 회복하게 만들기도 하고 경외감을 자아내거나 낯선 느낌을 받게 하거라 그저 위안을 주기도 한다. 어떤 유형이든 상관없이 풍성한 환경은 앞으로도 개인과 가족, 공동체의 행복과 자아실현, 성취를 추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로 남을 것이다.


현재를 넘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 사회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많은 변화가 필요하며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의 작은 실천이 만들어낼 긍정적인 변화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너와 나, 개인과 개인이 모여 큰 사회를 이루듯 건물 하나하나가 모여 건축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 작은 변화가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는 새로운 공간 혁명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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