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이동우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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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직장인들이 많은 회사 근처 카페를 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소리로 가득하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이야기꽃이 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점심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회사에 돌아가면 그 많은 이야기꾼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물론 회사는 카페처럼 차 마시며 웃고 떠드는 곳이 아니다. 일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회의를 하기도 하고 업무 보고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카페에서의 달변가처럼은 아니다. 왜 그럴까.


나 또한 그와 같은 경험을 해본 직장인 중 한 명으로서 회사와 카페에서 말하기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우선 말하는 공간이 다르다. 당연히 일하는 공간인 다소 경직된 분위기의 회사보다는 자유로운 카페가 말하기엔 더 좋다. 둘째, 대화의 주제가 다르다. 회사에선 주로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며 이야기의 주제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카페에서는 따로 정해진 주제가 없다. 이 얘기했다가 저 얘기했다가 아무렇게나 말을 해도 크게 상관이 없다. 셋째, 대화 상대가 다르다. 회사에서의 대화 상대는 직장 내 동료와 상사가 전부다. 간혹 임원을 만나게 되는 아주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그렇다. 하지만 카페에서는 대화 상대가 누가 되었든 간에 모두 친한 친구가 된다. 똑같은 직장 동료와 상사라 할지라도 카페에서 대화를 하는 동안만큼은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말하는 공간, 주제, 상대가 중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말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하지만 말을 잘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진 않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인간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게 바로 말하기, 듣기, 쓰기다. 즉, 말하기란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그렇기에 우리가 말을 잘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인류학적 측면으로 봤을 때도 이러할진대 왜 말 잘하기가 어려울까. 그 이유와 말 잘하는 방법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사실 우리가 말을 잘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자신이 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서 카페 이야기처럼 우리는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편한 자리에서는 상대가 누가 되었든 어떤 주제가 되었던 유창한 말솜씨를 뽐낸다. 그러나 조금 애매하거나 부정확한 내용을 말로 설명해야 해야 할 때라든지 상사에게 보고해야 된다거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할 때 말을 잘 못하게 된다. 이제 답은 명확해졌다. 말을 잘 못하는 이유를 알았으니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알면 된다.


저자가 알려주는 말 잘하는 10가지 법칙이다. 

1. 최대한 말하지 말 것

2. 말하기 전에 손으로 적을 것

3. 듣기 좋은 상황을 만들 것

4. 3가지만 강조할 것

5. 결론부터 말할 것

6. 틀렸을 땐 틀렸다고 인정할 것

7.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할 것

8. 토론할 때는 먼저 말하지 말 것

9. 나만의 말 이음 도구를 찾을 것

10.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말할 것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말 잘하는 방법을 이미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법칙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4가지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요약정리하기', '맥락 파악하기', '집중하기', '종이에 직접 써보기'다. 어쩌면 말 잘하는 10가지 법칙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이유는 4가지 연습만 꾸준히 한다면 말을 잘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터득될 것이 때문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이겨낸다면 분명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저자 본인이 바로 산증인이다. 저자는 지난 5년 동안 10분 독서 원고 작업을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해왔으며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진짜 말을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진짜 말을 잘 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을 말을 잘한다고 하진 않는다. 그 이유는 화려한 말솜씨로는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감동시킬 수 없으며 내용이 충실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며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심플하게 말한다는 것은 이 모든 것을 갖춘 다음 가장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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