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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들어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에 대해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 삶 주변에 그런 것들이 많다. 그것들은 보통 먹고 사는데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쓸모없게' 느껴진다. 가령 예를 들면 공기가 그렇고 물이 그렇다.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임에도 한 번도 그 필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것들과 더불어 철학과 같은 인문학적 교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가 '쓸모없다'라고 여기는 이러한 것들이 사실은 우리를 삶에서 '쓸모 있는' 존재로 만들어 준다. 단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것은 동물에게는 없는 '생각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은 단순한 생물체를 복합적으로 만든다. 종족 번식의 단일화된 생의 개념을 넘어 사회적인 생의 개념으로 나아가게 한다. 즉, 인간의 삶은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삶의 의미 있게 만들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곧 인문학적 교양이며 철학이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철학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고전과 같은 교양서를 떠올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리스토 텔레스와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같은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현대인의 시각으로 해석하기란 난해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100년도 더 된 고대 철학 사상이 21세기인 현재까지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류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지 생각해보는 건 어렵지 않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의 삶의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얘기다. 이는 다시 말해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들에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말 다행인 것은 현재에도 철학자는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바로 이 책의 저자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저 감사하며 그들의 노력이 담긴 책을 읽어보면 된다.
이 책은 앞서 얘기했던 우리가 '쓸모없다'라고 여기는 것들이 어떻게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변화시켜주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선, 존엄성, 약속, 자기, 진실, 책임, 사랑, 용서, 자유, 죽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서 느낄 수도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없다면 과연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대 사회는 도구화된 사회다. 스마트폰은 이제 현대인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 주변엔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다양한 도구들로 넘쳐난다. 식당이나 커피숍에서는 주문을 사람이 아닌 기계로 한다. 인공지능 장치는 집안의 공기 상태를 알아서 체크해서 정화하며 방이 더러우면 청소를 하고 음식 재료가 떨어지면 알아서 주문을 한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불필요해진다. 이처럼 도구화된 일상 속에서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것이 앞서 언급했던 10가지 관점은 아닐까.
선을 비롯한 10가지 관점은 우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갖춘 채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모든 것을 갖추고 살아가기는 힘들다. 완벽한 것은 작은 틈에도 금방 무너지기 쉽다. 완벽한 인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완벽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존재일 뿐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10가지 철학적 관점은 우리가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줄 '쓸모 있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