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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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두 종류의 천재가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지금껏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천재가 있는 반면에 그와는 다르게 자신을 세상에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성과를 내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천재가 있다. 두 부류의 천재를 한 세기에 동시에 볼 수 있는 기회는 그야말로 흔치 않다. 하지만 21세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겐 행운이다. 세계 초일류의 기술을 자랑하는 한 회사에서 동시에 두 천재를 모두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두 주인공은 아시다시피 애플의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와 현재 CEO를 맡고 있는 팀 쿡이다.


스티브 잡스를 모르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할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 애플의 CEO인 팀 쿡을 아냐고 물어본다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스티브 잡스만큼은 아닐 거라 확신한다. 잡스 사후 애플을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만든 건 팀 쿡 이지만 말이다. 그만큼 그는 잡스만큼 사람들 앞에 나서서 자신을 드러내는 성향의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잠재력과 능력은 스티브 잡스 못지않았다. 단지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의 역할이 달랐을 뿐이다. 팀 쿡은 스티브 잡스라는 커다란 태양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 뿐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었다. 그렇게 영원히 태양에 가려져 있을 줄로만 알았던 별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세상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한 명의 천재를 잃었지만 세상을 밝혀줄 또 한 명의 천재가 있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 사후 새롭게 CEO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 바로 팀 쿡이다. 사실 의외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던 스티브 잡스와 버금가는 인물이 애플엔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애플에서 출시한 혁신적인 제품들의 디자인을 맡고 있던 조너선 아이브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회사 운영엔 별 관심이 없었단. 그보다는 지금처럼 혁신적인 제품 디자인에 집중하고 싶어 했다. 스콜 포스톨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퇴출당한 뒤 창업한 넥스트라는 회사에서 동고동락했으며 스티브 잡스를 따라 애플에 들어온 뒤 맥 OS X를 크게 성공시켰으며 아이폰용 소프트웨어 개발도 맡는 등 맡은 임무를 훌륭히 해낸 인물이다. 한 언론사는 그를 가리켜 '미니 스티브', '애플에 남은 최고의 잡스 대리인'이라는 표현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많은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스티브 잡스가 선택한 차기 CEO는 결국 사업 운영을 도맡아온 COO 팀 쿡이었다.


많은 이들의 우려 속에서도 팀 쿡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나갔다. 마치 그것이 자신과 자신을 CEO로 선택한 스티브 잡스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 믿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아이폰 6을 시작으로 애플워치의 성공은 스티브 잡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롯이 팀 쿡과 그의 팀이 이룩해낸 결과물이었다. 그 결과 팀 쿡의 애플은 스티브 잡스 시절의 애플을 뛰어넘어 위대한 기업의 반열에 올랐으며 그 명색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다. 조용한 천재의 열정과 노력이 더해지는 순간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몸소 보여준 것이다.


세계에서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초일류 기업이라 할지라도 100% 완벽한 것은 없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가 천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의 거침없는 언행은 많은 사람들이 알 정도로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한, 환경문제나 아이폰을 생산을 담당하는 하청업체인 폭스콘의 부당한 근로환경에 대해 묵인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이런 크고 작은 일들이 애플의 화려한 성공 뒤에 감쳐진 그늘이었다. 결국 곪아있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터지기 시작했고 이는 회사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예전의 애플이었다면 늘 그랬듯이 방관 또는 지지부진하게 처리했을 테지만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은 달랐다. 모든 문제에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처리해 나갔다. 말뿐이 아닌 실천된 결과물을 보여주며 앞으로 점차 개선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애플이라는 회사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이다. 스티브 잡스가 이끌던 애플은 상대하기 버거울 뿐 아니라 소통이 어려웠던 반면에 팀 쿡의 애플은 반대라고 말이다. 천재가 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다고 해야 될까.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와 달리 팀 쿡은 세계 일류의 기업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앞장서야 함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인류와 환경에 윤리적인 도의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자사의 근로자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하청 업체의 근로자의 근로 환경 개선을 생각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이 그 시발점이 되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팀 쿡도 CEO의 자리에서 물러날 때가 온다. 과연 그때 우리는 팀 쿡과 그가 이끌었던 애플이라는 회사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세상을 위해 존재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무엇을 만들어내는 일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 못지않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의 근본이 되는 현재를 잘 가꾸는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껏 팀 쿡이라는 조용한 천재가 보여주었던 발자취라면 우리가 바라는 2가지의 행운을 모두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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