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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평점 :
언제였더라.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한국인 최초로 우주인이 탄생했다. 학력과 경력은 물론 성별, 나이 등 어떤 제한 조건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우주인 선발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우주인 선발과정부터 우주로의 출발과 우주에서의 생활 그리고 지구로 귀환하기까지 한국의 우주인은 온 국민의 관심사였다. 그만큼 우주인이 된다는 건 누구나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있던 꿈이었다. 그렇게 온 국민의 꿈은 단 한 명의 우주인을 탄생시켰고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우주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탄생. 하지만 단 한 명의 우주인이 어떻게 선발되었는지 그 과정을 세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물론 어떤 훈련을 거치는지 TV를 통해 간혹 방송이 되었기에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말이다. 겪어보진 못했지만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확실하진 않지만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온 국민이 지켜본다는 관심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또한,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전했기에 만약 실패한다면 다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한몫했으리라.
2006년 <파라다이슨 가든>이란 작품으로 '오늘의 작가 상'을 수상했던 작가가 13년 만에 이제는 추억이 돼버린 우주인 선발과정을 다시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그렇다. 소설 <중력>은 14년간 한 언론사에서 문화부 기자를 엮임 했던 저자가 2006년 있었던 우주인 선발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하며 겪은 일화를 바탕으로 엮어낸 이야기다. 소설은 허구, 지어낸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흘려보내기엔 무언가 여운을 남긴다. <중력>은 그 여운이 한층 더 해진다. 한때 모두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던 우주의 대한 열정 때문은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주인 선발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꿈에 대한 갈망을 재확인해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저 평범한 샐러리맨에 불과했던 이진우. 그에게 일생일대 최고의 도전이 시작되려고 한다.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선발대회가 열린 것이다. 현실에 짓눌려 접어야만 했던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과 가족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꿈을 좇으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우주인 최종 선발 대상에 뽑히며 다른 3명과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온 이들이기에 단 한 명의 우주인이 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다.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만큼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 하지만 우주인이 된다는 건 그리 녹록지 않았다. 그는 다시 냉혹한 현실 세계로 내뱉어진다. 대기 발령. 우주인에 도전할 때부터 실패할 경우 복귀가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었지만 왠지 잔인하다.
지금까지 우주에 다녀온 인류의 숫자는 단 558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우주는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세계다. 손을 뻗으면 곧 다을 것만 같은데 그곳에 가는 길은 아직은 멀다. 우주라는 무한의 공간을 생각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도 작기만 하다. 한평생 발길 한번 내디뎌보지 못할 만큼 커다란데도 불구하고 갇혀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인류의 우주를 향한 꿈은 결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복의 개념과는 다르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이 있다. 마치 죽을 줄 알면서도 태양을 향해 날아갔던 이카루스처럼 말이다.
오랜만에 꿈에 대한 열정적이고 감동적인 드라마 한편을 만났다.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 이진우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소설 속 이진우는 현실 속의 내 모습이었다. 나 역시 그와 같은 평범한 샐러리맨에 불과하며 그처럼 한때 조금이나마 우주를 향한 꿈을 꾸었기에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그의 모습 속에서도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해 더 마음 한편이 쓰라렸다. 이래서 꿈이라 불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론 후련하다. 실패를 했을지언정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불살랐으니까. 그래서 이제는 그를 응원하려고 한다. 꿈이라는 불씨를 잊지 않고 살아왔고 다시 다른 꿈을 좇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나를 응원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