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낫 파인 -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에게
이가희 지음, 제니곽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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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발전을 거듭할수록 그에 못지않게 늘어가는 병이 있다. 그중 하나가 우울증이 아닐까 싶다. 물론 우울증은 못 살던 과거에도 존재했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그 병폐가 날로 심각해지는 듯하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야기되는 양상이다. 그에 대한 대답은 상담 센터 혹은 정신의학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증가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울증은 개인의 심리적인 상태를 나태는 증상인데 어째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걸까. 그런데 정작 주변에 우울증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아이러니하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얘기는 주로 TV를 통해서 많이 접한다. 특히 방송에 자주 나오는 연예인들에게서 말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며 항상 밝게 웃으며 방송을 하는 모습만 봤었는데 우울증이라니 공황장애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가 우울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이점이 아닐까 싶다. 우울증은 매번 무기력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하루에도 수시로 상태가 변한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말이다. 좀 전까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하다가도 금세 우울모드로 전환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심지어 한쪽의 감정만이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즉, 말하자면 감정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의 문제는 단순히 감정 균형에 있지 않다. 우울증을 바라보고 대하는 사회적인 시선에 있다. 우울증도 하나의 질병에 불과하다. 전문적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완치될 수 있는 병이다. 그럼에도 우울증으로 인해 병원을 찾는 경우는 흔치않다. 상태가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왜 그럴까. 소위 정신의학과 병원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한 채 가슴속에 묻어둔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더 깊은 상처가 되고 증상은 깊어진다.


'나 우울증에 걸렸어. 그래서 요즘 감정 기복이 심해. 조금만 이해해줘.' 가족에게, 친구에게, 회사 동료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괜찮지 않은' 나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당당히 '나 괜찮지 않아'라고 말하는 게 부끄러운 일일까. 상담 센터의 전문 상담사는 말한다.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일이라고 말이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이 우울증으로 찾은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일 또한 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찾아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약물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처방도 이뤄진다.


우울증의 경계는 참 모호한 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실사례를 보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 이유는 나 또한 그런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분 좋았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기도 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우울증인 걸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경우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중요한 것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조금 다를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울증을 치료에 가장 좋은 것은 주위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효과적인 약물 치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먼저다. 특히,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들에겐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질책이 두려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더 이상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로를 받든 질책을 당하든 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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