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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 / 쌤앤파커스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삼성. 단순한 두 글자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는 깊고 넓다. 지금의 삼성을 모르는 이가 이 세상에 존재할까. 단정할 순 없지만 그런 일은 없을 듯하다. 그 이유는 이미 그 사람 손에 작은 삼성을 들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아도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불과한 한반도. 그마저도 아픈 과거사로 인해 반으로 쪼개어져 더욱 작은 나라에 불과한 한국이 전 세계에서 1등을 하고 있다니 말이다. 삼성은 그야말로 세기의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그들의 도전은 지금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과연 삼성이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 자리에 서게 만들었을까. 우리는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권오현. 단순한 세 글자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는 깊고 넓다. 33년간 삼성전자를 이끌며 명실공히 삼성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인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일등공신, 연봉킹,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등 그를 수식하는 말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이 되는 것은 삼성을 초일류 기업을 이끈 그의 초격차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이유는 그의 리더십 경영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역사에서 인텔을 꺾고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세계 1위로 만든 초격차 전략. 과연 그것은 어떤 리더십 전략일까. 권오현 회장이 직접 밝히는 삼성의 초격자 조직 경영 전략 그 실체를 알아보자.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누어진다. 1장 리더:탄생과 진화. 2장 조직:원칙과 시스템. 3장 전략:생존과 성장. 4장 인재:원석과 보석.
1장에서는 권오현 회장이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리더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 진솔함, 겸손, 무사욕과 같은 본성으로부터 얻어지는 내면의 덕목과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처럼 꾸준한 훈련을 바탕으로 얻을 수 있는 외적 덕목이 그것이다. 7가지 덕목에서 그가 가장 강조하는 덕목은 지속력이다. 물론 다른 덕목들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 될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력이 중요한 까닭은 리더가 성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현재에 국한된 일이다. 재임 기간 동안에 성과가 난다 해도 그가 떠난 이후에 부서나 조직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면 과연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지속력이란 리더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조직과 회사에 성공을 지속시킬 수 있는 능력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어떤 리더가 생존과 성장을 이루고, 또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고 해도 그것이 그 리더의 재임 기간에만 머문다면 그것은 진정한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
2장에서는 조직에 대한 권오현 회장의 원칙과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다. 그가 현재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을 맡으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연구 프로젝트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유지했는지 보여준다. 그가 세운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고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연구. 둘째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기술 연구. 셋째 지금 존재하고 있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술로 기존 제품이나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연구. 누구보다 앞선 기술을 선보이는 삼성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원칙이다.
개인적으로 이 장을 읽으면서 공감한 부분은 회의에 대한 그만의 원칙과 그에 따른 비효율적인 회의 문화를 탈피다. 먼저 그가 세운 원칙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시는 많이 하지 않고 질문을 많이 한다. 둘째 회의를 위한 회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셋째 회의를 정시에 시작하고 약속된 시간 내에 끝낸다. 한국의 회의 문화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 것이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신속하고 간결하게 하기 위한 원칙이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3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혁신 전략, 초격차 전략을 다루고 있다. 초격차란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이란 뜻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기술의 격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 목표 설정 및 방식, 제조 라인의 운영과 시스템, 인프라, 일하는 방법 문화 등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 산업 분야의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개선이 아니라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한 분야의 초고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체질을 개선해나가는 데 만족하지 말고 아예 생각 자체를 바꾸는 혁신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개선은 실무자가 하는 것이라면 혁신은 리더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을 꺾고 세계 1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초격차 혁신 전략으로 모든 구성원이 하나가 되어 나아갔기 때문이다.
초격차 전략 못지않게 이 장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협상 테이블에서 권오현 회장이 구사하는 전략이었다. 그가 말하길 협상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마지막엔 반드시 웃으면서 헤어져라. 협상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로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스스로 허점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라. 협상에서 좋은 포지션을 차지하는 쪽이 유리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먼저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도록 유도하며 논리적으로 취약점을 발견하여 반격할 준비를 한다. 셋째 검사들의 질문법을 활용하라. 검사들은 살인 피의자를 심문할 때 "너 그 사람 죽였어. 안 죽였어?"라고 다그쳐 묻는 대신 "너, 그 사람 왜 죽였어?"라고 심문한다고 한다. 즉, 한 단계 앞서 질문을 하게 되면 자신도 자백을 하게 된다. 협상 시에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예상을 뛰어넘는 제안을 먼저 하게 된다면 상대방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장인 4장에서는 인재 발굴과 양성에 대해서 그만의 노하우를 전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인재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 위해서 인재의 유형과 그에 따른 양성 방법이 중요하다. 그는 인재의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하고 각 유형에 맞게 인재 양성에 활용해왔다고 한다. A: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사람. 스스로 성취동기가 강하고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타입. 가장 이상적인 인재상. B: 개선 의지가 있고, 반응하는 사람.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 또는 부족한 점을 수정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타입. 스스로 행동하기보다 외부의 지시나 자극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 C: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사람. D: 방어적이고 방해하는 사람. C와 D 유형은 인재를 선발할 때 반드시 제외해야 할 대상이다. 더불어 중요한 것이 바로 인재를 배치함에 있어 부서나 사업부에 적합한 인물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인사 원칙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면접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받아봤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으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말이다. 어릴 적 이런 질문이 왜 중요한지 그땐 미처 몰랐었던 거 같다. 그래서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지금껏 크게 고민해보지 않았기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은 다른 시련이나 역경이 찾아온다고 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뿐더러 무너진다 해도 다른 이들보다 더 빨리 재기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
35년이라는 긴 시간을 삼성 반도체를 연구하는 연구원으로 시작하여 한 기업의 최고 자리에까지 오르며 진정한 리더의 역량을 갖춘 이가 바로 권오현 회장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가 이 책에서 계속 강조했던 리더의 덕목 중 지속력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발휘되고 있다. 그는 이제 CE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뒤를 이을 후배 경영인과 미래의 리더가 될 후학들을 위해 그가 걸어온 삶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진정 리더가 갖추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고 배우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