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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여가 1
명효계 지음, 손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중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어가 바로 '무협'이 아닐까 싶다. 강호의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여 펼치는 현란한 무술 솜씨는 묘기에 가깝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중국 무협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무협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초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를 보면 남녀 주인공들의 절절한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로맨스를 바탕으로 강호를 뒤흔드는 영웅호걸들의 무협 판타지. 지금부터 소개할 <열화여가>의 이야기다.
품화루. 낙양 제일의 청루. 그곳에 붉은 옷을 입은 소녀가 시녀가 되기 위해서 서있다. 그녀의 이름은 여가. 사실 그녀는 무림의 절대 강호 열화산장의 장주의 외동 딸 열여가다. 그녀가 이렇게 신분을 숨긴 채 청루에 오게 된 이유는 어려서부터 사랑한 연인 전풍의 마음이 하루아침에 돌변하자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함이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무색하게 도무지 전풍의 마음을 돌릴 방법을 찾을 수 없다. 그러는 동안 여가는 품화루에서 절새가인이라 불리는 칠현금 명인 은설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다. 드디어 은설이 청루에 온 그날 그녀는 뜻하지 않게 그동안 기다렸다는 말과 함께 은설에게 선택되고 그와 함께 하게 된다. 더 이상 청루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 여가는 은설과 함께 그의 가족과 연인이 있는 열화산장으로 되돌아간다. 은설의 도움으로 전풍의 마음을 돌려보려 하지만 끝내 전풍과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되고 그녀는 다시 열화산장을 떠나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
그렇다. 이 소설은 중국 국민 배우 주유민과 적려열파가 열열한 중국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 <열화여가>의 원작 소설이다. 중국 최고의 로맨스 작가 중 한 명인 명효계의 손끝에서 탄생한 가슴 절절함 로맨스 무협 판타지 소설이다. 무협과 로맨스.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뒤늦게 드라마를 보면서 원작 소설의 출간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역시 드라마에서 느낄 수 없는 주인공 캐릭터들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소설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역시 소설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다. 물론 드라마가 원작 소설에 비해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뭐랄까.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해야 될까.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보게 되면 앞서 말한 것처럼 미처 느끼지 못했던 섬세한 점들을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반대로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보게 되면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영상을 통해 생생히 그려진다. 그럼으로써 서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준다.
그동안의 무협 소설을 보면 대부분 영웅호걸의 남자 주인공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그런데 명효계 작가의 특성이라고 해야 될까. 작가는 여주인공을 내세워 극을 전개해 나간다. 그런데 그 점이 신선하다 못해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로맨스는 여성 중심의 사랑 이야기가 잘 어울리는 까닭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열여가의 팬이 되어버렸다. 하루 종일 여가를 꽁무니만 쫓아다니며 그녀의 사랑을 애걸(?) 하는 은설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열화권을 전수받아 누구 못지않게 강한 여가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천진해지고 사랑스럽고 부끄러워지는 영락없는 여인이다. 그런 그녀에게 빠지지 못할 이가 누가 있을까.
열화산장을 떠나 홀로 새로운 모험에 나선 그녀가 그녀의 사람들과 얽히고설킨 에피소드가 1권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하지만 1권에서 다음 이야기의 어두운 복선이 간간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아 2권에서 강호의 혼란이 야기될 것만 같다. 우리의 여주인공이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지키고 또 성장하게 될지 사뭇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