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96년 종로, 노무현과 이명박 - 엇갈린 운명의 시작
양원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한국 현대 정치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그중 하나가 16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노무현의 죽음이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을 맞이했을 뿐인데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단순 명료하다. 그의 죽음엔 석연찮은 의문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얼마 있으면 노무현 대통령 서거 9주기가 다가온다. 벌써 9년이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행간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세력이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파헤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한다.
노무현의 죽음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인물이 있다. 바로 노무현에 이어 17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이명박이다. 그는 현재 검찰 수사를 위해 구속 수감 중에 있다. 대체 이명박은 노무현의 죽음과 어떤 관계가 있길래 늘 함께 화자되는 걸까. 이명박이 노무현의 죽음을 초래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노무현은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봉하라 불리는 경남 김해의 작은 마을로 내려가 살고 있지 않았는가. 한 사람은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서 다른 한 사람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각자의 삶에 충실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노무현과 이명박 이 두 사람은 언제 처음 만났을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아마도 1996년 15대 총선이 아닐까 싶다. 노무현은 부산에서 이미 두 번의 낙선을 이겨내고 새롭게 도전하는 상태였고 이명박은 1992년 전국구 초선의원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자리였다. 그래서였을까. 여느 때보다 후보들 간의 경쟁은 치열했고 열정적이었다. 1996년 5월 초여름의 날씨는 한 여름을 방불케 했다. 종로라는 지역은 여러모로 정치인들에게 큰 의미를 갖고 있는 듯하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서 두 사람이 만난 건 어쩌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종로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이다. 지정학적으로도 그렇고 핵심 권력기관이 밀집해 있어서이기도 하다. 청와대와 정부 서울 청사가 있다. 최고 권력을 꿈꿨던 정치 거물들이 앞다퉈 종로를 찾았던 건 그런 상징성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종로는 숱한 거물들을 낳았단.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등 3명의 대통령이 나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지역구에서 대통령 세 명을 배출한 경우는 없다.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들이 종로에 왔던 것인지, 종로가 필부들을 대통령으로 만든 건지는 알 수 없다.
이 책은 노무현과 이명박이 정치적으로 첫 대립을 시작하게 전인 1992년부터 1996년 종로에서의 15대 총선을 지나 1998년 이명박의 선거법 위반에 의한 종로 보궐 선거에 당선되는 과정과 1999년 이명박의 선거법 위반 혐의 최종 선고까지를 저자의 기억과 사견에 의하지 않고 그때의 신문기사와 주변 인물의 인터뷰에 의한 팩트로 쓰였다. 어느 한 사람을 옹호하기 위해서도 비판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한쪽으로 마음이 치우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이유는 두 사람의 됨됨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정치적 소신과 신념, 뜻을 함께 하는 이들과의 인간관계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한 명은 생을 마감하고 한 명은 차가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지금 우리가 그 사실을 모를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사실들이 존재한다.
이 책을 통해 두 사람이 걸어온 정치적 삶의 궤적의 한 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 후 이어 대통령이 된 사람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싶다.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똑같이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만 같다. 그것이 두 사람의 운명이었듯이 지금을 살고 있는 내가 그때 그 시절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운명인 것 같다. 그것은 두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슬픈 기분이 드는 건 나뿐만 일까. 계속해서 뇌리에 '운명'이란 단어가 맴도는 것도 나뿐만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