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에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해 기억을 더듬어 그 식당을 다시 찾곤 한다. 마음만 먹으면 그곳이 어디에 있건 문제 되지 않는다. 그만큼 맛의 기억은 내면 깊숙이 절대 잊히질 않을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그런데 만약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그 식당이 없어졌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죽기 전에 꼭 한번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말이다. 시간 여행이라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돈이 얼마가 들든 간에 가보고 싶지 않을까. 심지어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는 위험한 여행이 될지라도 말이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45년이 지난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미래다. 몇 번의 거대한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2063년의 부산은 해운대 앞바다가 장관을 이루는 도시가 아니다. 바다였던 그곳은 육지가 되었고 그것을 경계로 안전한 윗동네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랫동네로 나누어진다. 우리가 생각하던 미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삭막할 정도로 피폐해진 도시와 사람들 그리고 파계된 생태계가 전부다. 과거 흔하디흔한 육식동물은 사라진지 오래다. 대신 무어라 콕 집어 부를 수 없는 흡사 쥐를 닮은 정체불명의 동물이 전부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늘 혼자였던 주인공 우환. 그는 작은 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일을 한다. 그런 그에게 식당 주인의 달콤한 제안이 날아든다. 세월이 흘렀어도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곰탕 맛의 비법을 알아오라는 것이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다. 대신 성공한다면 두둑한 보수를 받을 수 있다. 꿈도 희망도 없이 외톨이로 살아가는 우환은 이렇다 할 고민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그는 2019년 부산으로 시간여행을 떠나 식당 주인이 말한 허름한 부산 곰탕집을 찾아온다. 그곳에서 곰탕 맛을 비결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자신을 낳아준 부모 이름 석자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다름 아닌 부산 곰탕집 사장의 고등학생 아들이다. 목적 없이 그저 곰탕 맛의 비법을 알기 위해 왔던 우환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또다시 목숨을 걸고 미래로 돌아가야만 하는 걸까. 그냥 이대로 어쩌면 나의 가족 일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살 순 없는 걸까. 하지만 그의 바람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또 다른 시간 여행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우환 앞에 과연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버지가 살아계셨던 그때로 돌아가 당신이 좋아하셨던 곰탕을 같이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소설은 이러한 작가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책 제목만 보고선 그저 곰탕에 얽힌 부자간의 구수한 이야기쯤 되려나 짐작해보지만 책장을 열어보지 않는 이상 절대 그 안의 내용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만큼 곰탕이라는 키워드로부터 파생된 스토리라인이 스펙터클하다. 예상치 못한 절망적이기까지 한 미래의 모습과 시공간의 넘나드는 타임슬립 그리고 오우삼 영화에서나 봤었던 페이스오프. 과연 이 소설에 다 볼 수 있을 거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작가의 상상력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주인공 우환은 평범하다 못해 보잘것없는 때론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그의 삶이 한순간 통째로 바뀐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닌 운명처럼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다.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던 그가 가족을 만나게 되는 것부터 이전의 삶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결심하는 순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피할 수 없는 운명까지 말이다. 


'운명이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고 여겨왔던 내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만큼 작가가 우환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배경 속에서 주변 인물과의 관계, 갈등을 잘 엮어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주인공 우환의 결심이 나비효과처럼 어떤 파급효과를 낳게 될는지 궁금해진다. 이미 미래는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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