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특별한 건강 상담소
권용철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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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종의 유전자가 개체를 적응시키며 유전형질의 변화를 일으키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유전자는 나름의 생존에 최적화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와 함께 유전자에는 과거로부터의 생존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는 의미 역시 포함되어 있다. 진화론에 관련된 서적을 보면 얼마 전에 출간된 윌슨 교수의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나 전중환 교수의 '오래된 연장통' 모리스 교수의 '털없는 원숭이' 등 제목만 봐도 그 내용을 짐작케 한다. 이런 책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유전자들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부터 전해져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까지 그 특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진화론 책을 읽을 때면 심하게 말해서 나는 우리 인간의 모든 행동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 힘이 약한 존재를 공격하게 되는 성향, 경쟁에서 지고 싶지 않은 성향, 위협을 느끼면 비굴해지는 성향, 완벽하게 아름다운 이성에 더욱 끌리는 성향 등 우리가 하는 많은 행동들이 거의 유전자의 영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몸은 아직 원시시대'는 진화의학자인 저자의 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윈의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담긴 책이다. 과거에 이와 관련된 유명한 책은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가 있는데, 이 책 '...원시시대'는 그러한 다윈의학의 좀 더 대중적인 버전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다윈의학이 시작되는 시발점은 바로, 이렇게 완벽한 인간의 몸이 왜 질병을 유발하는 그 많은 특질들을 그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도 해결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답은 인간의 몸은 과거에도 그들과 절충을 해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 적정한 선을 찾아 타협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당분이나 지방을 선호해서 생기는 질병에 대해서 의아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특질이 식량이 충분치 않은 시대에는 생존에 도움을 줬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음식물이 풍부한 환경에 우리 몸은 아직 적응하지 못한 채 과거 원시시대부터 내려오던 특질로 아직 적응을 하는 중이다. 다른 예로 세균과 싸우기 위해 우리 몸은 열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세균과 싸울 수 있는 온도로 우리 몸을 유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균과의 경쟁을 위해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면 열량 소모가 20%는 더 많아지고, 조직의 손상을 쉽게 가져올 수 있다. 우리 몸이 진화하는 과정은 외부의 공격에 대비하면서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식으로 적정선을 유지하는 시행착오의 연속인 셈이다. 

저자는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는지 아닌지에 따라 우리 몸이 적응을 어떻게 해나가는 지를 설명한다. 애벌레와 나비, 올챙이와 개구리가 같은 유전자를 갖고도 완전히 다른 모양을 갖는 것도 어떤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는 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첫 장에 나오는 고혈압의 이야기만 봐도 그렇다. 생태계에서 높은 혈압이 필요한 경우는 포식자가 먹이사냥을 하거나 초식동물이 도망을 가야할 때이다. 특별한 상황에서 혈압을 높이는 것은 사냥이나 생존에 유리했으므로 이는 계속 보존되었다. 현대인은 과거보다 더 높은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혈압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평시에도 각성 상태에 있으므로 혈압은 낮춰질 줄 모르고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사라진다면 혈압을 높이는 유전자는 꺼질 것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특별한 가족력이 있지 않은데도 유난 혈압이 높다면 스트레스 때문에 지속적인 긴장 상태에 있다는 증거이다. 유전자가 꺼지고 켜지는 것에 관계되는 것은 유전자가 메틸화 되었느냐 아닌가의 차이이다. 또 한가지는 유전자가 감겨있는 히스톤이 찌그러졌을 때 유전자는 꺼지게 된다. 둘의 차이는 전자는 한 번 꺼지면 오랫동안 유지되고, 후자는 일시적이라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식습관이나 스트레스 조절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밖에도 특별하면서 흥미로운 사례들이 꽤 많은데, 책의 후반부에 있는 어린시절의 경험과 유전자의 관련성 사례도 눈여겨 볼만 하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코르티솔'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분비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호르몬은 어려움 극복에 도움이 되는 대신 다른 장기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몸이 정상일 때는 코르티솔 수용체가 코르티솔 호르몬의 양이 많은 것을 감지해 분비를 중지시킨다. 수용체가 적게 만들어지면 코르티솔 호르몬의 양이 많아지는데, 이 때문에 아주 작은 어려움에도 계속 코르티솔을 분비하게 된다. 어린시절 학대를 받거나 방임된 사람은 코르티솔 수용체의 유전자 정보가 꺼진다.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게 나타나 모든 상황을 항상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많아져야 하는데, 기분좋은 경험이나 긍정적인 생각이 절대적인 이유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사례들이 40여가지 실려 있는데 각각의 사례를 따로 떼어내어 글을 써도 될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특히 학생들에게 강의하듯 쉽게 쓰여서 누구나 보기 쉽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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