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 진화의 욕망이 만들어가는 64가지 인류의 미래
카터 핍스 지음, 이진영 옮김 / 김영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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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화'를 '진보'라고 착각하게 된 것, 생존은 진보의 결과라고 생각하게 된 과정에는 어떤 원인이 있었을까.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자'라는 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오랜 시간을 거쳐 인간처럼 완벽히 살아남은 개체가 없으니 인간은 위대하게 진보했다는 결론을 역으로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이 급변해서 지구의 공기 구성 비율이 단 몇프로만 달라진다거나, 기온이 급강하하거나 운석충돌로 인해 분진이 하늘을 덮었다 해도 인간은 멸종했을 수 있다. 진화를 진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우리가 가진 특성이 환경에 우연히 잘 들어맞았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이지 완벽한 적응력을 가져서는 아닌것이다. 물론 다른 종에 비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이 진보한 것은 확실하지만 이또한 지금의 상황에서 하는 말이니 절대 자만할 일은 아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지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다시 진화가 진행된다면 그 끝에 인류가 있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는 인류의 발생이 필연이 아닌 우연에 가깝다는 의미이다. 


이에 비하면 이 책의 저자의 생각은 조금 다른듯하다. 인류는 진화의 결과이면서 필연적인 발생 개체라는 것이다. 진화의 결과에 다소 감상적인 결말이 와서 붙는 것은 얼핏 듣기엔 창조와 진화의 대립에서 타협점을 찾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처럼 보인다. 한 때 '지적설계론'이 등장한 이유는 다윈의 '진화론'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그 실체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지적설계론은 과학적 근거라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돌이킬수 없을 만큼 복잡하므로 그건 엄청난 지적존재가 설계한 것이다'라는 것도 있었다. 그 대부분은 진화가 그 증거를 갖듯 창조론 또한 증거를 찾자면 무한히 많다는 점에서 출발했지만, 사실 그 증거는 이렇게 복잡한 게 어떻게 혼자 될 수 있느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화와 창조 사이에는 건널래야 건널수 없는 무한한 거리가 생길수 밖에 없다. '인라이튼 텍스트'의 전 편집장이자 이 책의 저자인 카터 핍스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진화 과학자, 생물학자, 우주학자, 영성 철학자(?), 초인간주의자까지 만나서 인터뷰를 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면서 글을 썼다는 것인데, 몽테뉴는 '모든 곳에 있다는 것은 아무데도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지 않은가. 


신과 과학의 교차점에서 새롭게 시작해보겠다는 저자의 의도는 이 책의 곳곳에 과학적 결론처럼 쓰여있다. 엄밀히 하자면 과학과 종교의 영토싸움은 제로섬 싸움이라고 봐야한다. 어느 한쪽이 영역을 넓혀 간다는 것은 한쪽의 땅이 확실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과학이 발을 넓히면 넓힐수록 종교가 미지수로 남겨두려는 영역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이를 막기 위해 반대의 방법으로 맞대결을 시도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지자 이제는 타협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진화론의 취약한 부분을 공략하며 단계를 차츰차츰 올리는 것인데, 그 부분이 바로 진화에서 발생하는 '이기적'인 행동들이다. 이러한 행동들은 우리가 비록 생존에 성공하더라도 동족의 실패나 좌절을 밟고 올라섰다는 불편한 승리감에 솔깃한 논리를 들이댄다. 이를 통해 '통합'의 시작을 모색하고 사실은 인간이 그렇게 이기적이지도 않았으며 오래전의 유전자에서 우리가 협력적 개체임을 발견했다라며 영적인 안정을 도모한다. 결국 진화의 사이클은 경쟁과 협력의 구도가 되는데, 이것이 어느 순간 물질과 영의 조화로 발전해버린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담고 있어 흥미로운 면이 분명히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위험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얽혀버리는 지점이 책을 보다보면 모호해지면서 어디서 어디까지 경계인지 애매해진다. 바로 그 점을 저자는 말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이들은 결코 경쟁하는 개념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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