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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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야구'처럼 생긴 '인생'의 이야기이다. 사실 야구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당구의 의외성, 탁구공의 역회전, 축구의 사회성처럼 모든 스포츠는 인생을 담고 있다. 


그중에 야구라니..


야구가 이 책의 소재인 광주민주화운동과 연결되는 이유는 너무 많다. 모두가 알다시피 야구는 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시행한 3S정책의 대표적인 선봉주자이다. 광주 사람들은 야구에 열광 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광주일고, 군산상고를 응원하는 마음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광주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마음에서였다. 이는 축구 한일전에서 우리가 일본만큼은 이기고 싶어하는 억울함과 처절함의 마음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타이거즈는 열악한 자본으로도 곧잘 우승을 이끌어 내며 그들의 한을 잠시나마 씻어줬다. 


주인공 사내는 어머니의 죽음 소식을 접하고 광주로 내려간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생각한다. 박하사탕의 설경구 처럼.. 

'내 인생 이렇게 조진놈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는 5.18 당시 동생을 죽였던 계엄군 '염소'를 떠올린다. 그것은 오래 전에 이뤄졌어야 할 복수이지만,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미루고 미뤘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거둬줄 곳 없는 아들을 눈 앞에 둔 막다른 골목에서 다시 염소가 떠오른 것이다. 


승부의 중심은 복수


스포츠에 감정이 실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9회말 투아웃 만루에서도 져도 그만이고 이겨도 그만이라면, 7:8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한 타자가 쳐도 그만 안쳐도 그만이라면 그것은 그냥 장난일 뿐이다. 어떻게든 스토리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그 순간부터 진정한 승부인 것이다. 지역감정은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었지만 어찌됐건 타이거즈는 라이온스를 이겨야만 했다. 그것은 이기고 싶은 맘이 아닌, 처절한 절박함이었다. 


사내는 염소를 찾아내서 죽여야만 했다. 그걸로서 그의 스토리는 완성되는 것이다. 한 번 받았으니 응당 다시 돌려줘야만 이야기는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의치 않다. 30년을 미뤘지만 여전히 그를 가로막는 현실은 그의 편이 아니다. 


주사위, 칼.. 그리고 청산가리


그가 길을 떠나면서 챙긴 세 개의 물건. 주사위, 칼, 청산가리... 어찌보면 칼과 청산가리는 연결이 되지만 주사위는 좀 의외다. 어떤 조합일까. 

이 세 개의 조합은 바로 '죽음'과 직결되어 있다. 

주사위는 과거에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간 복수의 상징물이다. 칼은 당연히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간 염소의 죽음을 가져올 것이며, 청산가리는 마침내 동생의 복수를 마친 내가 취할 죽음의 종류를 알려준다. 그는 염소에게 복수하기 위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바로 서울로 올라간다. 


야구는 결국 홈(home)으로 돌아오는 경기


그의 염소를 찾기위한 여정은 어색한 관계인 아들과의 동행 때문에 복잡성을 띤다. 다소 자폐의 성향이 있는 그의 아들은 노란색에 집착하며, 지도를 비정상적으로 잘 보고, 시간을 과할정도로 정확하게 지킨다. 결국은 9회가 끝나야 야구는 종료되지만, 중요한 것은 1회부터 8회까지를 어떻게 보내느냐이다. 그래서 작가는 아들과 한 팀이 되어 싸우는 사내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파울라인을 다시 긋는 모험에 아이는 기꺼이 동참한다. 파울라인을, 주루 선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다시 긋는다는 즐거움에 손전등을 앞장 세우고 깡충거리며 1루로 향한다. 사내는 희미해진 석회가루 위에 염소를 조금씩 뿌린다. 3루를 돌아 홈으로 간다. (p250)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부자는 잠실야구장에 들어선다. 그들은 1루를 돌았고, 2루를 밟았으며, 3루를 찍고 홈으로 기어들어가는 중이다. 그 목적이 주심을 방망이로 때려 눕히는 것인지, 상대 투수를 공으로 내리 찍는 것인지, 홈에 안착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국 야구는 홈으로 들어가는 게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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