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 이런 생각을 했어. 어쩌면 성공하는 것도 실패하는 것도 대단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몇십 년이 지나도 어제 일처럼 기억나는 것은 여름날 학교 운동장의 수돗물이라든지 개와 함께 본 강가의 석양이라든지, 목욕탕에 다녀오다 아버지가 포장마차에서 사준 어묵이라든지..."
동경하는 남자아이의 뒷모습을 줄곧 보고 있던 국어시간이라든지... 루이는 머릿속으로 덧붙였다.
"어쨌든 그런, 아무것도 아닌 일이잖아? 그때는 그것이 영구보존판 추억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지. 드라마틱한 부분이라곤 조금도 없는걸. 지금의 무로타나 나처럼 고작 오늘 하루를 보내는 데 바빠서 허덕거리고 있으면 말이야. 그런 평범한 일들을 자신이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 그러나 나이 먹어서 살아가는 데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게 허무해졌을 때, 진공 팩으로 보존했던 그런 추억이, 뭐랄까, 위안이 되는 것 같아. 봐,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잖아. 그건, 소중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 아닐까?"-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