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는 축구에 열광하고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나
스테판 지만스키.앤드루 짐벌리스트 지음, 김광우 옮김 / 에디터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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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축구와 야구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에 한 번쯤은 의문을 품은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축구가 전 세계로 전파된 것과 달리 야구는 일부 지역에서만 인기를 얻을까? 축구에서는 선수의 가치를 이적료로 셈하는데 야구에서는 왜 연봉을 가치 기준으로 삼을까? 리그 간 경기가 열리고 리그를 넘나들 수 있는 축구에 비해 야구는 왜 항상 메이저리그만 특별 대접을 받을까?

책의 저자들인 미국과 영국의 경제학자 두 명은 축구와 야구의 차이점이 해당 국가의 정체성과 사고방식을 반영한다고 믿는다. 스포츠의 구조와 규칙이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생활방식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책은 축구와 야구가 상이한 국가적 문화로 형성된 과정을 꼼꼼히 추적ㆍ분석한다. 두 스포츠 모두 19세기 중반에 제도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축구가 처음부터 명예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야구는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축구 관계자들이 전 세계에 축구를 전파하는 데 관심을 보인 반면, 야구는 독점적인 리그를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작동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축구는 승격/강등 체계를 통해 누구든 리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지만, 야구는 연고지를 통제하고 구단에 독점권을 부여했다. 그 결과, 축구는 강등되지 않기 위해 성적에 집착할 수밖에 없어 선수 투자에 총력을 쏟았고, 야구는 팬들이 야구장에서 최대한 소비를 하도록 구장 시설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스포츠를 통해 미국과 유럽의 상이한 가치관 체계를 살펴본 뜻 깊은 책이다. 특히 경제학자답게 스포츠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적 토대와 자료 분석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오늘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의미라면 현재 축구계와 야구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때문이다. 대규모 경기장 사고를 겪은 축구계는 이미 90년대부터 경기장 시설 확충에 힘을 쏟았고, 중계방송이 보편화되면서 야구도 점차 스타선수 확보와 성적에 집착하게 되었다. 또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처럼 월드컵을 모방한 국제야구경기도 첫 발을 내디딘 상태다. 무엇이든 상대방의 눈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법. 축구와 야구도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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