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귀
문국진 지음 / 음악세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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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진 능력 가운데 가장 매혹적이면서 신비한 것은 아마 예술적 창조력일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예술가의 삶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모차르트의 귀>는 법의학자가 쓴 책답게 작곡가들의 삶 중에서도 질환에 관심이 많다. 병은 유명 작곡가들의 삶에 끈질기게 달라붙는 낙인 같은 것으로, 이런 병에도 불구하고(혹은 그로 인해) 그들은 놀라운 투혼을 발휘해 불멸의 작품들을 남겼다. 병은 작곡가들의 신화에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베토벤과 귓병, 슈베르트와 매독, 슈만과 정신병은 음악사의 에피소드에서 단골로 나오는 주제이다.

하지만 아무리 병이 작곡가의 삶의 흥미로운 부분인들 음악 작품과 관련이 없다면 한낱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내가 책방에서 이 책을 훑어보다가 마음을 정한 이유는 우연히 펼친 차이코프스키에 관한 장 때문이었다. 울별 증상과 주요 작품과의 관계를 도표로 나타내고, 비창 교향곡의 상반된 악장 구성을 그의 조울증과 관련지어 해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이면 읽을 만한 책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아뿔싸! 찬찬히 책을 읽다보니 그 대목이 유일하게 작품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장이었다.

단순히 작곡가의 병력을 확인하고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질환이 작곡가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었고, 그것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고,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그의 음악을 듣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말하지 않는다면 법의학자의 전공적 호기심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베토벤의 청각 장애와 합창 교향곡의 불협화, 슈만의 후기 곡들에 나타난 정신병적 징후, 말러 음악의 신경증적 특징 등은 음악학에서 상당한 연구가 이뤄진 분야다.) 게다가 문장도 썩 매끄럽지 못하고, 글이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많으며, 병명과 관련하여 투박한 한자어가 그대로 등장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못 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소재이지만 지엽적인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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