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 - 블랙 유머와 흰 가운의 의료인들
클로드 세르 지음 / 동문선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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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필요 없다. 그냥 보고만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 누구나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한시가 급한 응급 환자를 이송 중인데 앞에 미로가 나타난다면? 수술 중인 환자의 배에서 장난감 용수철이 튀어나온다면? 통통한 엉덩이에 주사 바늘을 찔러넣자 풍선처럼 쭈그러든다면? 클로드 세르는 이런 짓궂은 상상을 기발한 구성과 현란한 그래픽 솜씨로 한 컷에 담아낸다. 그의 유머의 본령은 전혀 다른 맥락을 하나로 겹쳐 놓았을 때, 목표와 수단이 어긋날 때 발생하는 웃음이다. 그런 점에서 제목의 '블랙 유머'는 그다지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 그의 웃음은 비판이나 풍자, 냉소보다는(물론 이런 점도 있지만) 무해한 즉자적인 웃음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나하나의 컷이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되는 그의 만화는 문화적인 감수성의 차이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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