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가가 지식인과 동의어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이때 문학가는 행동하는 지식인이었고, 작가적 양심, 도덕, 사회 비판, 보편적 인류애 등이 여기에 자연스레 따라다녔다. <코끼리를 쏘다>에서 만나게 되는 조지 오웰의 모습은 바로 이런 전통적인 의미의 작가상이다. 문학이라는 영역에 안주하지 않고 당대 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대의를 위해 봉사하는 지식인의 삶이 바로 이 에세이집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그의 모습이다.이 책에는 삶과 정치, 일상과 문학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글을 볼 수 있다. 어떤 글이든 사회 제도와 인간성의 모순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 그의 글이 세월을 뛰어넘는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억압의 시대에 대해 침묵할 수 없었던 작가의 양심적 행동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반성이 없었다면 문학을 단순히 정치의 도구로 생각하는 프로파간다의 함정에 빠졌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박하고 간결한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삶의 순간순간 번뜩이는 깨달음을 문학적으로 포착해내는 힘, 그것이 아마 <코끼리를 쏘다>를 읽는 가장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