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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의 길 - 아톰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의 자서전
데즈카 오사무 지음, 김미영 옮김, 송락현 감수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예술가의 전기를 읽는 이유라면 그의 작품 세계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단서를 얻거나 한 인간으로서의 그의 삶에 공감하려는 바램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이 모두가 턱없이 부족하다.
우선 <철완 아톰>에 관한 에피소드가 몇 있을 뿐 <블랙 잭>이나 <붓다>, <불새>에 관한 자료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작가론이나 비평이 아니니 그럴 수 있다 치고 자서전의 장점을 한껏 발휘하여 작가의 인간적인 매력을 느껴보려 해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이 책에 그려진 데즈카 오사무의 삶은 격동의 20세기를 산 유명 일본인의 삶치고는 평범한 수준이다. 흔히 봐왔던 자수성가와 워커홀릭의 신화를 그렇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산문으로서의 매력이라도 있는가? 이 대목에서 독서는 더욱 비참해진다. 평소 그의 만화를 흥미롭게 읽어온 독자라면 이게 바로 그 데즈카 오사무의 자서전이 맞는지 의심이 갈지도 모르겠다. 이름만 빌리고 서툰 대필작가가 쓴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글솜씨가 별로다.
그렇다면 이 책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가? 만화는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고 서민에게 웃음을 줘야 한다는 식의 소박한 그의 만화관이 있다. 보수 여론과 상업화에 찌든 사회를 향한 칭얼거림, 동료 만화가들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 만화영화 제작에 관한 정보들이 있다. 만화와 관련된 여러 고유명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것은 이쪽 분야의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유용한 정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스포츠 신문에 연재되는 '스타 스토리' 류의 글을 묶은 것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이 마냥 불필요하다고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책에 걸맞는 일차자료와 깊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편집과 번역 또한 성의가 없다. 책으로서는, 특히 데즈카 오사무의 자서전으로서는 수준미달이라 주위에 그렇게 추천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