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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급자족하는 1인 먹거리 생산자라 가정하고, 그가 땅과 바다와 산림에서 생산/채집한 재료로서 자신의 식탁에 올려 놓을 법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는 것.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저절로 제외가 되는데 (백해무익 설탕은 탈락의 일순위), 장이나 조미료의 경우엔 조금 애매모호해진다. 도시생활자로서 어지간한 정성이 아니고선 그런 것까지 직접 조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도시에서 살거라 생각친 않기 때문에, 떠나는 그날까진 일단 고정도를 제외한 다른 가공식품을 섭취하지 않을 생각이다 (생각이란 의지의 정도가 좀 약한 동사를 쓴 이유는 이 빌어먹을 식습관과 식욕이란 넘들이 의외로 만만찮은 상대임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
사실 중요한 또 한가지는, 외식을 하지 않는데 있다. 등푸른 생선과 야채와 청국장 등을 한 일주일 동안 열심히 해먹고 나면, 주말엔 사정없이 게을러지는 법. 사실 게을러지는 것이 아니라, 돈 내고 유사-음식을 쳐먹던 과거의 습관을 주말이라는 핑계로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런 식으로 자꾸 먹게 되는 D 피자, B 치킨, 그리고 집 근처 선술집의 갈매기살이 여전히 유사-음식과의 진정한 결별을 유보하게 만든다. 꼭 식생활만이 아니라 인간사의 이치가 그렇지 않던가. 어떤 것을 결심하고 실행하는데엔 완전한 의지와 그렇지 못한 경지만 있을 뿐, 그 중간은 없다고. 여지를 남겨둔 결심이란 언젠간 포기하겠다는, 그리고 포기해도 좋다는 자기 암시인 것처럼.
이 리뷰를 결의문 삼아 오늘부로 절식에 들어간다. 소박한 밥상에서부터 이 책에 이르기까지 머리로 아는 것이 모자라지 않고, 수십년간 내 뱃속으로 들어간 음식들도 (음식의 형상이되 결코 음식 아닌 것들까지) 부족하지 않다.
p.s 전환과 내부고발, 둘 다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