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2.5세 '노란구미'의 한국.일본 이야기
정구미 지음 / 안그라픽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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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되어 있는 책이 있는 줄 몰랐다. 누군가 메일로 보내준 만화를 읽고서 몇일 동안 복잡다단한 심정였던 기억이 있다. 식민과 내전과 계급 투쟁과 냉전과 독재와 아류 인종주의와 포스트 식민과 기타 잡다한 모순과 갈등으로 뒤범벅 되어 있는 (남한만이 아닌) 한국 땅에 우연찮게 태어나 살면서, 이론 이전에 몸으로 생각되고 감성으로 느꼈던 그 뭔가들을 오랜만에 되새김질한 느낌이었다.    

다치하라 세이슈나 후지노 노부루가 아닌, 정구미가, 그 정구미 개인이 난 좋다. 같은 시대에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삶은 좀 더 견딜만하다.  

p.s 이런 만화가 널리 읽혀진다면 동북아 지역의 이해와 협력이 그 토대를 쌓아나가는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수사로만 남발되는 공허한 구호들과, 다른 한편에 견고히 자리 잡고 있는 국내용 민족주의들을 대신하여. 이데올로기와 국가와 사회와 언어와 혈통을 넘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부단히 만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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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이승복 지음 / 황금나침반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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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감독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단념하면 그때는 끝이야.

만화니까 저런 대사에도 아우라가 생길 수 있지만, 현실 세계의 언어에선 감동을 자아내기가 쉽지 않다. 말하는 자나 듣는 자나, 말에 울림이 있을만큼 실제 삶에서 구현해내지 못 하기 때문. 누가 감히 최선의 노력이란 단어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랴.   

이승복씨는 최선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경지의 상태와 행위를 수십년 살아온 사람이다. 장애에도 불구하고 일류 학교를 나와 일류 병원에서 최초의 사지마비 출신의 의사가 되었다는 성공담도 타인의 귀감이 되겠지만, 그 순간순간의 의지와 노력들에 좀 더 관심이 간다. 필설로 다 형언할 수 없을 그 수많은 낮과 밤들.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그의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강력한 동기부여 &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시스템 역시 이승복씨 같은 존재를 가능케한 요인이라고 할 때, 평범하지 않은 환경의 개인들이 의지와 노력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들이 한국에서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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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언라이 평전
리핑 지음, 허유영 옮김 / 한얼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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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겐 남경 대학살과 라싸 대학살이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제국주의와 패권에 대한 비판이, 그것 자체가 정당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당한 객체가 (어쩌다 보니) 나라서 나쁘다는 식의 주장은 궤변일 뿐이다. 폭력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문제의식이 없는 민족주의는 천박하다.

'보편성을 정의할 수 있는 권리' 를 오랜 기간 독점적으로 누려온 (혹은 그렇다 착각해온) 중국의 역사에, 최고 권력자 중 저정도 인식이라도 가진 인물이 기실 드물 것이다. 그것이 양심이 아니라 사실 냉철한 현실 판단과 미래에 대한 비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양이, 아시아 문명이 근대에 대한 대안이라고 다들 손쉽게 말하지만, 그게 단순히 패권의 이동 차원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실현 가능성은 둘째 치고라도).

피압박 민족의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전망은, 단순히 가해와 피해의 위치를 바꿔 보자는 것이 아니다. 리뷰하는 심사는 복잡하지만 필력의 한계로 여기서 이만.  

p.s 중일이 화해/단결하고, 그 연락자 중의 하나로서 한국이 기능한다.. 근데 당사자 각국이 과연 그럴 능력과 의지가 있을까 &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버젼은? 상상력의 가능성조차 어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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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 - 녹색연합이 추천하는 친환경요리 110선
녹색연합 엮음 / 북센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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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먼저 책을 흝어 봤는데, 목차를 점검해보니 생선까지 포함하여 육류 메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딴 책들처럼 육류가 버젓히 있었다면 자칫 신뢰도가 떨어질 뻔 했는데 (생태주의와 육식이 공존할 순 없을 것), 녹색연합의 수준을 넘 과소평가했나 보다.

육류가 거의 들어가지 않고도 백여가지의 알찬 먹거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것도 엄선된 것들로만), 가공식품과 육식을 거부하면 도대체 뭘 먹고 사냐는 우리의 사고 방식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논리적 오류임을 보여준다. 육식과 가공식품 위주의 식습관을 버려서 먹을 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육식과 가공식품 때문에 먹을 것이 없어진 것. 생산력의 증대와 식품산업의 등장이 비록 입으로 들어가는 절대량의 증가를 가져오긴 했지만, 단지 그것 뿐이다. 잃은 것이 무엇인진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버리는 몇배로 풍족하게 얻는다. 자연의 밥상은 소박하면서도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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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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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급자족하는 1인 먹거리 생산자라 가정하고, 그가 땅과 바다와 산림에서 생산/채집한 재료로서 자신의 식탁에 올려 놓을 법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는 것.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저절로 제외가 되는데 (백해무익 설탕은 탈락의 일순위), 장이나 조미료의 경우엔 조금 애매모호해진다. 도시생활자로서 어지간한 정성이 아니고선 그런 것까지 직접 조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도시에서 살거라 생각친 않기 때문에, 떠나는 그날까진 일단 고정도를 제외한 다른 가공식품을 섭취하지 않을 생각이다 (생각이란 의지의 정도가 좀 약한 동사를 쓴 이유는 이 빌어먹을 식습관과 식욕이란 넘들이 의외로 만만찮은 상대임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   

사실 중요한 또 한가지는, 외식을 하지 않는데 있다. 등푸른 생선과 야채와 청국장 등을 한 일주일 동안  열심히 해먹고 나면, 주말엔 사정없이 게을러지는 법. 사실 게을러지는 것이 아니라, 돈 내고 유사-음식을 쳐먹던 과거의 습관을 주말이라는 핑계로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런 식으로 자꾸 먹게 되는 D 피자, B 치킨, 그리고 집 근처 선술집의 갈매기살이 여전히 유사-음식과의 진정한 결별을 유보하게 만든다. 꼭 식생활만이 아니라 인간사의 이치가 그렇지 않던가. 어떤 것을 결심하고 실행하는데엔 완전한 의지와 그렇지 못한 경지만 있을 뿐, 그 중간은 없다고. 여지를 남겨둔 결심이란 언젠간 포기하겠다는, 그리고 포기해도 좋다는 자기 암시인 것처럼. 

이 리뷰를 결의문 삼아 오늘부로 절식에 들어간다. 소박한 밥상에서부터 이 책에 이르기까지 머리로 아는 것이 모자라지 않고, 수십년간 내 뱃속으로 들어간 음식들도 (음식의 형상이되 결코 음식 아닌 것들까지) 부족하지 않다.

p.s 전환과 내부고발, 둘 다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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