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은 한국인 대개가 알다시피, 전쟁이 발발한 시기다. 내 할아버지는 산채로 묻혔고, 아버지가 그걸 목격했다. 이런 정도의 가족사는 물론 흐르고 넘친다. 난 그저 들었을 뿐이다.
사람의 인생이란, 그 구체적인 삶의 맥락과 진의란 글나부랭이 따위론 표현되지 않는 법이다. 내가 오직 알고 싶은건, 울 할아버지는 왜 그렇게 끝까지 싸우려 들었을까 하는 것 정도. 그해 여름이라면 다들 도망가기 바쁜 시기였는데.. 있다 하는 집안의 아들들은 후방으로 빼돌려 지거나, 있다 하는 집안들에선 부산 앞 바다에 도망갈 배 띄워 놓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뭐하러 그렇게 충성을 하셨을까. 아버지는 얼마전 당뇨 검사 받으러 보훈 병원에 가셨는데, 야 유공자 자녀 덕 보는 날이 다 있구나 라고 하셨다. 난 그 말을 들으면서도 할아버지의 애국심이란 것의 정체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불과 수십년 전인데.. 해방 정국과 고대사가 나에겐 그리 다르지 않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해석은 이미 충분하다. 알고 싶으나 들을 수 없는 것은, 그 당대를 살아간 이들의 목소리 뿐. 또한 나의 심증은 그저 나의 심증일 뿐.
하긴 중국 애들이 신의주 특구를 조져 놓은 것에 대해 상당히 마뜩치 않은 나의 감정이란 것도, 대한민국이란 체제와 정체성에 대한 동질성만은 딱히 아닌 것이.. 피압박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자들의 본질적으로 다른 대안이란 결국 헛된 꿈아 아닐까 싶다. 그럼 내 조손뻘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한반도의 그때 그때 정세에 따라서, 친중이냐 친미에 따라 영향을 받을까. 내가 내 할아버지 뻘들의 (동족 간의 전쟁마저 불사하는) 애국심의 근원이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처럼, 나의 지금 생각들도 아마 수십년 뒤엔 이해 받지 못 하거나, 오해만을 낳게 될까.